美-EU 통과 2번째 다발성 골수종 CAR-T 등장 예고, HK이노엔은 언제 상용화하나
by김진호 기자
2022.04.02 08:00:43
미국과 유럽서 통과된 다발성 골수종 CAR-T
'아벡마' 이어 '카빅티'가 새로 등장
시판된 다른 CAR-T와 다른 곳 타깃..."완치율 높일 것"
HK이노엔, 유틸렉스 등도 여러 물질 확보해 도전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미국과 유럽 등 주요 의약당국에서 모두 승인된 두 번째 다발성 골수종 대상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치료제가 등장할 예정이다. 이 약물은 골수(조혈모세포)이식을 대체해 질병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약물로 평가되고 있다.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 전문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관련 CAR-T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해 연구개발(R&D) 및 임상에 나서고 있다.
| 미국 얀센과 중국 레젠드바이오텍이 공동개발한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치료제 ‘카빅티(실타캡타진 오토류셀)’. 이 약물은 최근 다발성 골수종 대상 약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승인 후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조건부 승인 권고 결정을 받았다. (제공=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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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성 골수종은 골수(뼈)에서 분화돼 증식하는 플라스마 B세포(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뼈가 깎여나가는 통증을 유발하는 혈액암 중 하나다. 형질세포는 항체를 만들거나 T세포 등의 성장에 관여하는 면역세포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6.5명이 다발성 골수종에 걸릴 정도로 발병률이 높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은 미국 얀센과 중국 레젠드바이오텍이 공동개발한 ‘카빅티(실타캡타진 오토류셀)’에 대해 조건부 승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약물을 승인한 지 약 한 달만에 EMA도 판매 승인을 예고한 것이다.
카빅티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벡마(이데캅타진 비크류셀)’에 이어 두 번째로 주요국 의약품 시장에 등장한 다발성 골수종 대상 CAR-T치료제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아벡마는 지난해 3월 FDA로부터 판매 승인 후 5개월 뒤인 8월 EMA의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아벡마와 카빅티는 모두 면역세포인 T세포 표면에 B세포성숙항원(BCMA)와 결합할 수 있는 단일항체를 발현시킨 유전자세포치료제다. BCMA는 B세포에서 분화된 형질세포 표면에 주로 나타난다.
반면 시판된 다른 4종의 CAR-T치료제는 모두 T세포에 CD19를 타깃하는 항체를 달았다. 여기에는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티사젠렉류셀)’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길리어드)의 ‘예스카타(악시캅타진 실로류셀)’, ‘테카투스(브렉수캅타진 오토류셀)’, BMS의 ‘브레얀지(리소캅타진 마라류셀)’ 등이 포함된다. 이런 CAR-T치료제는 거대B세포 림프종이나 B세포성 급성림프구성백혈병 등을 적응증으로 각국 의약 당국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획득했다. 이중 브레얀지는 FDA의 판매 승인만 얻은 상태다. 나머지 3종은 FDA와 EMA의 판매 승인을 모두 획득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킴리아의 판매만 승인한 바 있다.
한편 현재 다발성 골수종 시장은 화학화합물 치료제 또는 항체 치료제가 선점하고 있다. BMS의 화학화합물 치료제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블리도마이드)’가 대표적이다. 이 약물은 2020년 기준 14조6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치료제는 병증을 완화하거나 지연시키는 물질로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골수이식이 필요하다.
CAR-T치료제 개발 업계 관계자는 “레블리미드나 이 약물의 제네릭 약물들이 다양하게 쓰이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며 “여러 CAR-T치료제가 등장해 치료 옵션이 많아지고, 현장에서 이를 사용하는 의료진의 기술이 더 고도화되면 향후 난치성 혈액암의 완치율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다발성 골수종 대상 CAR-T 개발이 한창이다.
HK이노엔(195940)은 다발성골수종 및 혈액암 등을 대상으로 하는 CAR-T 치료제 2종 및 자연살해(NK)세포치료제 1종 등을 개발하는 중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중국 바이오기업과 CAR-T 치료제 2종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해당 기업이 이들 중 1종은 중국 내 임상 1상을, 다른 1종은 미국에서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올해 내로 중국에서 임상 중인 두 CAR-T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국내 임상 1상 시험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K이노엔 측이 보유한 NK세포치료제의 경우 네덜란드 바이오기업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았으며, 해당 기업이 유럽 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장 전 중국과 유럽 기업으로부터 혈액암 대상 CAR-T 치료제를 기술이전 받았다. 파트너사와의 계약으로 현 시점에서 상세한 기전이나 명칭 등의 내용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3가지 CAR-T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 각 기업이 다발성 골수종을 포함한 여러 혈액암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1종, 자체 개발)와 CAR-NK치료제(1종, 네덜란드 바이오기업으로부터 기술이전) 등도 확보해 기초연구를 하고 있다”며 “향후 위탁개발생산(CDMO) 능력까지 두루 갖춘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사로 성장해 나갈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큐로셀은 다발성 골수종을 일으키는 BCMA 타깃 CAR-T치료제 ‘CRCO3’을 확보해 비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유틸렉스(263050)도 관련 혈액암에서 과발현하는 조직적합성항원(HLA-DR)을 타깃하는 CAR-T치료제 후보물질 ‘EU301’의 비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유틸렉스 관계자는 “EU301이 타깃하는 HLA-DR은 정상 B세포 표면에 거의 없으며 혈액암 세포 위에 존재하는 물질이다. 부작용 우려가 적은 물질로 판단 중이다”며 “내년 말까지 비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며, 현재는 다발성 골수종 및 림프종 등 모든 혈액암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