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넥타 IL-2 임상 실패, 주가 폭락…제넥신 영향은

by김유림 기자
2022.03.28 08:00:31

나스닥 상장사 넥타 인터루킨 임상 3상 실패
하루 만에 60% 주가 폭락, 시총 1조원 증발
“종양 반응적 T세포, 항암 작용 핵심 기전“
국내 개발사 종양 반응적 T세포 입증은 아직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대표적인 인터루킨-2(IL-2) 개발사 미국 넥타(Nektar)가 임상 3상에 실패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국내 인터루킨 개발사로는 제넥신(095700)과 네오이뮨텍, 지아이이노베이션 등이 꼽힌다. 넥타 실패에 따른 이들 업체의 향후 대응 방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넥타는 지난 14일 IL-2 기반 파이프라인 벰펙(bempeg)과 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 병용투여 임상 3상 탑라인 발표를 통해 효능 입증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하한가 제한이 없는 나스닥 시장에서 넥타의 주가는 이날 하루 만에 60%가 폭락,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이 증발됐다.

제넥신과 네오이뮨텍 IL-7 기전. (자료=네오이뮨텍)


넥타는 절제불가능 또는 전이성 흑색종 1차 치료를 대상으로 옵디보 단독투여군과 벰펙+옵디보 투여군을 비교한 결과, 효능의 차이가 없었다. 넥타와 BMS는 이중맹검 해제와 함께 전체생존기간(OS)을 더 이상 분석하지 않기로 했다. 임상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또다른 흑색종 관련 병용임상도 환자 등록을 중단하고 이중맹검 해제를 진행한다.

한국 바이오텍 중에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인터루킨-2(IL-2)를, 제넥신과 네오이뮨텍이 인터루킨-7(IL-7)을 각각 적용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IL-2와 IL-7은 T세포 활성화와 증식(proliferation)에 도움을 준다. 면역항암제와 병용요법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배경이다. IL-7이 IL-2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차이는 기억 T세포(memory T cell)와 미접촉 T세포(naive T cell)를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개발사들 모두 글로벌 빅파마 항암제와의 병용임상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넥타의 IL-2는 T세포 증식이 잘 됐지만 시너지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임상에 실패했다. 업계는 국내 인터루킨 개발사들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 바이오회사 대표는 “넥타는 T세포 양도 잘 늘어났고 IL-2의 문제점인 조절 T세포(Treg)의 컨트롤까지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효능이 나오지 않았다”며 “넥타의 실패는 T세포를 무조건 많이 생성한다고 효능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루킨이 T세포를 늘려준 건 맞다. 다만 수많은 종류의 T세포 중에서 암을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종양 반응적 T세포(Tumor-Reactive T Cells)’가 없었기 때문에 임상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앞으로 인터루킨 개발사들은 종양 반응적 T세포에 대한 입증 여부가 관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T세포 종류와 상관없이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용병은 ‘종양 반응적 T세포’, 암세포를 공격 안하고 가만히 있는 수많은 T세포들은 예비군이라고 보면 된다. 암은 T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도록 제동을 거는데, 이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옵디보나 키트루다 같은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가 브레이크를 풀어주면 용병 T세포는 암살상을 시작하지만, 예비군 T세포는 가만히 있는다. 인터루킨이 용병이 아닌 예비군 T세포만 증식시킬 경우, 최종적으로는 군사를 늘려준 역할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측은 ‘종양 반응적 T세포’ 데이터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을 주지 못했으며, T세포 증식에 대해서만 설명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자는 “GI-101을 종양모델에 처치하게 되면 종양내부에 세포독성 T세포가 늘어나 있는 것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확인했다. 인터페론 감마를 방출하는 CD8+T세포의 증식이 많이 이루어지고, 메모리 T세포 또한 증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쇠한 T세포를 제외한 모든 T세포는 독성을 갖고 있으며, 이는 종양 반응적 T세포가 아니다. 또한 적을 기억해 놓았다가 공격하는 메모리 T세포는 계속 변이가 일어나는 암세포에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오이뮨텍과 제넥신은 같은 인터루킨-7(IL-7) 물질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항암제 병용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종양 반응적 T세포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네오이뮨텍 관계자는 “종양 반응적 T세포 증가 여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임상을 통해 줄기세포 유사 기억 T세포(Tscm)의 50배 증가를 확인한 만큼 그 안에 종양 반응적 T세포도 포함돼 항암효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많은 논문을 통해 항암 효과와 상관관계가 밝혀진 TIL(Tumor infiltrating lymphocytes)의 증가를 확인했다는 점을 통해서도 종양 반응적 T세포가 증가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넥신 측 역시 “최근 전구체 탈진 T세포에서 탈진 T세포로 분화하면서 항암 작용을 나타난다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IL-7은 IL-2와 달리 전구체 탈진 T세포를 탈진만 시키는 게 아니라 전구체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면역항암제 등과의 병용요법에서 경쟁력을 가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종양 반응적 T세포가 아니더라도 여러가지 기전을 통해 항암 작용을 낼 수 있다”며 “IL-2와 IL-7은 전혀 다른 기능을 하는 물질이기에 IL-2의 실패가 IL-7의 개발에 영향을 줄 일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