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들썩]‘처음 본 여성’ 질질 끌고 가 주먹질…“화풀이 대상”

by장구슬 기자
2021.06.20 00:01:55

여성 노린 ‘묻지마 범죄’ 잇따라
女 57%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생각
처벌 강화 등 정부 차원 대책 마련 서둘러야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일면식 없는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폭행 사건이 또 발생해 논란이 됐습니다.

가해 남성은 범행 이유로 ‘여자친구와 결별해 화가 났다’고 밝혀 더 충격을 줬습니다. 끔찍한 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다른 범죄와 목적을 구별해 강력히 처벌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묻지마 폭행 피해로 눈과 얼굴, 목 등을 심하게 다친 20대 여성 B씨의 모습.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최근 처음 보는 여성의 목을 조른 뒤 주차장으로 끌고 가 마구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습니다. 지난 16일 상해 혐의로 구속된 남성 A(29)씨는 13일 오전 0시30분께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20대 여성 B씨를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끌고 간 뒤 주먹질을 하고 발로 찬 혐의를 받습니다.

JTBC ‘뉴스룸’에서 공개한 당시 폐쇄회로(CC) TV에는 A씨가 B씨를 뒤따라가다가 갑자기 목을 조르며 끌고 가는 장면이 담겼습니다. B씨는 가까스로 주차장 밖으로 기어 나와 차도를 가로지르며 도망쳤지만, A씨는 끝까지 쫓아와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길을 가던 시민들이 달려들어 제지한 뒤에야 폭행은 멈췄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귀가하던 중 봉변을 당한 B씨는 얼굴과 눈, 목 등을 심하게 다쳤으며,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자 친구와 결별해 화가 났다”며 “화풀이 대상을 찾았다”고 진술했습니다.

A씨가 B씨 뒤를 쫓아 오다 B씨의 목을 조른 뒤 지하 주차장으로 끌고 가는 CCTV 영상.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행 사건이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 5월5일 대구 중구 한 대형 카페에서도 30대 남성이 처음 본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됐습니다. 가해 남성 C씨는 피해 여성 D씨 일행이 앉은 자리로 다가와 이들 일행의 물건을 맘대로 치웠고, 이를 본 D씨가 항의하자 C씨는 욕설을 하며 D씨가 앉은 의자 등을 발로 찼습니다.



이어 C씨는 D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고 D씨는 기절했습니다. 기절한 D씨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C씨는 D씨의 어깨를 잡고 얼굴 등을 마구 때렸습니다. 이후 C씨는 카페를 빠져나와 자전거로 도주했습니다. D씨는 폭행으로 광대뼈 골절 등 부상을 입었습니다.

A씨 변호인 측은 “A씨에게 오랜 기간 행동·충동 조절 장애가 있었고 최근 경제적 능력 및 신변 비관으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혼자 있는 여성을 노려 침을 뱉는 등 비상식적인 범행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엔 한밤중 혼자 있는 여성만 골라 침을 뱉거나 성기 노출을 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피해 여성 18명 중 대부분은 10대 고등학생과 20대였으며, 30~40대도 포함됐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 남성은 “직장을 잃고 불만이 커지자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외에도 지난 1월 여성만 따라다니며 침을 뱉는 소리를 내고 도망간 20대 남성, 2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여성의 뒤통수만 때리고 달아난 20대 남성 등 여성을 겨냥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월5일 대구 중구 한 카페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 (사진=SBS ‘8뉴스’ 방송화면 캡처)


여성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여성은 전체의 57.0%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남성(44.5%)에 비해 12.5%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여성들은 혼자 밤길을 걸을 때도 불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국민 야간보행 안전도는 66.5%였습니다. 그러나 여성은 50.2%만이 밤에 혼자 걸을 때 안전하게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 혼자 거주하는 이모(33) 씨는 “나도 언제든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끔찍한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처벌을 강화해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범죄를 당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여성들이 많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실정입니다. 제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자 지난해 11월 조경태 국회의원(국민의힘·부산 사하구을)이 특가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 계류 중입니다. 이 법안은 사회에 대한 증오심, 적개심을 표출할 목적으로 묻지마 범죄를 저질렀을 때 2배까지 형량을 가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유 없는 묻지마 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다른 범죄와 목적을 구별해 처벌을 강화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