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 "민주당과 이준석·하태경의 '이남자' 공략법"

by박지혜 기자
2021.04.11 00:01:49

4·7 서울시장 보선서 2030 과반수, 오세훈 선택
연령대 낮은 ''남초 커뮤니티''서 이준석·하태경 주목
''이남자'' 잡으려다 ''이여자'' 놓칠라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땅’으로 시작해 ‘탕’으로 끝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이남자’(20대 남자를 줄여 부르는 말)를 놓치고 말았다.

투표 당일인 지난 7일 KBS, MBC, SBS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보다 더 많이 택한 연령층은 40대뿐이었다. 특히 20대와 30대의 과반수는 오 시장을 택했다.

성별로는 20대 이하 남성 70%가량이 오 시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의 지지율과 맞먹는 수치다.

반면, 20대 이하 여성은 오 시장보다 박 후보를 더 지지했다. 그러나 20대 여성 중 15%는 무소속과 소수 정당 후보에 표를 던졌다. 선거 원인인 전임 시장 고(故)박원순의 성추행 사건 영향으로 거대 양당보다 성 평등 이슈를 내세운 후보들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4·7 재보선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당선·가운데)가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유진상가 앞에서 선거유세를 마친 후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왼쪽), 송주범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과 손을 맞잡아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2030 세대의 60% 이상이 박원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는데, 이번 선거에서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부산 선거에서도 젊은 층을 비롯한 대부분 연령층이 국민의힘 후보인 박형준 시장에 표를 던진 가운데, 역시 40대에서만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비율이 높았다.

이러한 현상은 대표적인 남초 커뮤니티 ‘보배드림’과 ‘에펨코리아’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그동안 두 커뮤니티는 다른 정치 성향을 보이긴 했지만, 에펨코리아에 비해 다소 회원들의 연령대가 높은 보배드림은 박 후보가 직접 소통에 나섰을 정도로 지지 표명이 확실했다.

반면 에펨코리아에서 가장 주목한 정치인은 국민의힘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하태경 의원이었다. 두 사람은 각각 오 시장 캠프에서 뉴미디어본부장와 박 시장의 선거대책관리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지난 9일 이 커뮤니티에는 ‘하태경이 2030 남성 대변해주는 건 진심인가 보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과거 하 의원이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남성 혐오 웹사이트 ‘워마드’를 계기로 2030 청년들을 위해 내 정치 여생을 바쳐야겠다”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하 의원은 당시 방송에서 “(20대 청년들이) 실제로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라며 “취직 안 되는 게 경제적 억압이고, 사회적 억압은 ‘40·50대 남존여비를 왜 우리한테까지 적용하느냐. 우리가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가 2030 표 얻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맞다”며 “우리 바른미래당(국민의힘 전신)의 전략적 선택 정도가 아니라 정체성”이라고 강조했다.

사진=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이 전 최고위원은 9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이남자’를 놓친 이유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만 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정작 박원순 시장 성추문 앞에 서서는 페미니스트들이 만족하지 못할만한 이야기를 하고, ‘피해호소인’ 이야기를 하니까 페미니스트 표도 달아나서 20대 여성층에서 군소 후보에게 15%를 뺏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성 평등이라고 이름 붙인 왜곡된 남녀 갈라치기를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20대 남성 표가 갈 일은 없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의 합작이 이번 출구조사에서 결실로 나타나자 하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102030 나의 동지들! 사랑한다. 감사하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 평생토록 보답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4년간의 노력”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에펨코리아의 한 회원은 ‘민주당과 이준석, 하태경의 20대 남자 공략법’이라며 “민주당은 20대 남성을 영입한다 끝. 이준석, 하태경은 나이는 20대가 아니지만 20대 남성을 대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게 무슨 차이인지 모르면 다음 선거도 20대 남성은 몰표 나옴”이라고 예고했다.

이미 지난 2019년 2월 공개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보고서에서도 현 정부를 향한 20대 남성의 지지율 급락을 짚어냈다.

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2017년 6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20대 남성의 국정지지율은 87%에 달했으나 2018년 6월 혜화역 규탄시위 후 급하락 추세로 반전됨”이라고 지적했다.

남초 커뮤니티에선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이 보고서 내용이 다시 화제가 됐다.

이들은 그 내용 중 “고위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은 성 평등 및 남녀 불평등 관련 지수나 통계를 편향적으로 선택, 활용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균형적으로 접근할 필요”,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페미니즘 편향적 교육 내용을 전반적으로 점검”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점, 해결책 다 알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9년 2월 공개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보고서 일부
그러나 이 보고서가 공개됐을 당시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으로 급부상’이라는 표현으로 논란이 됐다.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요인을 분석하려다 성차별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2030세대에게 젠더 이슈는 지금 전쟁이다. 죽고 사는 문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몇몇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만 들여다봐도 ‘남초’, ‘여초’로 확연히 나뉘어 온갖 사건부터 사회현상, 정치인의 발언 등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대선에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젠더 이슈에 대해 정치적으로 얼마나 균형을 잡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재보선에서 확인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