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첫 대면 '2+2' 고위급 회담 D-1…관전포인트 셋

by신정은 기자
2021.03.18 00:00:00

美블링컨 한·일 순방 후 미중 회담은 앵커리지
양제츠· 왕이 직접 방미…"中 회담 진지하게 여겨"
美당국자 "대화 재개 아니야"…만찬 안할수도
홍콩·신장 인권문제 충돌…北비핵화도 논의될듯

사진=AFP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사령탑들이 만나는 고위급 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계 양대 경제대국이 입장차를 좁힐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과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오는 18~19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 알래스카주(州) 앵커리지에서 ‘2+2 고위급 회담’을 진행한다. 미국의 새정부 출범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 블링컨 장관과 양 정치국원이 전화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직접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블링컹 장관은 이번 회담에 앞서 아시아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을 먼저 순방한다. 중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미중 양국은 회담 장소를 중국이 아닌 미국 앵커리지로 정했다. 블링컨 장관이 한·일을 순방한 김에 중국을 방문해도 되지만 미국 영토에서 만난다는 건 그만큼 중국이 이번 회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즈췬주(朱志群) 미국 버크넬대 중국연구소장은 “양제츠와 왕이가 알래스카까지 날아가는 것은 중국 측이 이번 회담을 매우 진지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갈등과 협력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여전히 중국에 강경한 모습인 만큼 입장 차이를 크게 좁히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폴리티코는 “중국과 미국이 얼어붙은(frosty) 알래스카 회담을 앞두고 있는 듯하다”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첫 주요 회담이지만 어떤 회담인지 조차 양측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측은 이번 회담을 ‘고위급 전략 대화’라고 했지만, 미국 측은 이미 이를 일축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양국 간 후속 대화 가능성에도 선을 그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고위 당국자는 16일(현지시간) 구체적인 협상 결과물을 예상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이번 회담을 미중 간 대화의 재개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미중 대표단이 앵커리지에서 함께 만찬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번 회담은 미중 고위급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맞댄 지난해 6월 마이크 폼페이오·양제츠 회담 때보단 진전이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우선 이번 회담에서 신장 위구르와 홍콩 등 인권문제가 언급되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홍콩 선거제 개편 추진에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 중국은 ‘내정 간섭 반대’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미국의 인권문제로 맞받아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제정된 홍콩자치법(HKAA)에 따라 중국·홍콩의 고위관리 24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양국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레드라인(금지선)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 중미연구소 소우랍 굽타 연구원은 SCMP에 “양측의 레드라인과 국가적 우려가 앵커리지 회담을 지배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스팀슨 센터의 윤 선 동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도 “신장과 홍콩을 포함한 인권 문제는 미국 측의 최고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중국이 이 부분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남중국해, 대만 등 중국의 민감한 영토 문제는 물론 인도와의 국경분쟁, 한반도 비핵화 등이 논의될 가능성도 나온다.

영토 문제에선 양국이 치열하게 부딪히겠지만 한반도 비핵화나 인도 국경문제에서는 어느정도 공감대를 찾을 수도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역 안보가 논의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양국이 기후변화 문제에서는 협력 가능성을 밝혔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관련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대응 협력이나 ‘백신 여권’ 등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이나 10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에서 회담할 토대를 마련할지도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