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채무면제·유예보험' 6배 폭리 너무하네(상보)

by노희준 기자
2017.02.06 00:00:00

''낚시성 상품'' 지적에 신규판매 중단
지난해 가입자 62만명 이탈했지만
수수료 수입으로 1628억원 챙겨
"카드사 과도한 수익구조 개선해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A씨는 지난달 카드대금청구서를 보고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채무면제·유예상품(DCDS)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소액의 돈이 결제됐기 때문이다. 카드사에서 무료 서비스라고 설명을 들었던 상품으로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A씨는 이상한 마음에 카드사에 다시 확인하니 유료라는 다른 설명이 돌아왔다. 특히 매월 신용카드 사용액에 비례해 수수료까지 떼어간다는 얘기에 황급히 상품을 해지했다.

소비자들이 ‘낚시성 상품’ 지적을 받던 카드사의 채무면제·유예상품(DCDS)에 등을 돌리고 있다. 신규 판매가 중단된 가운데 기존 고객의 이탈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드사는 지난해 비용(보험료)대비 6배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집계됐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이 상품을 팔고 있지 않는 우리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채무 면제·유예상품 가입자는 지난해 말 270만 4000명으로 2015년 말 332만 3000명보다 61만9000명(19%)줄었다. 2015년 감소자 14만 2000명(4%)의 4배가 넘는다.

채무면제·유예상품은 카드사가 보험사와 손을 잡고 만든 사실상의 보험상품이다. 매월 일정액의 수수료를 내면 가입자가 질병 등 사고가 났을 때 채무를 면제해주거나 유예해주는 상품이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가입 당시 본인 의사를 확인하지 않거나 무료서비스인 것처럼 설명하는 등 고객에게 제대로 상품 설명을 하지 않고 가입을 유도하는 불완전판매가 많았다는 점이다.

실제 채무면제·유예상품 피해보상 신청이 있거나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사람만 65만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카드사에 상품의 관리감독 강화를 지시했고 카드사들은 이후 3개월 만에 상품 판매를 접었다. 지난해 채무면제·유예상품 가입자 수가 크게 준 이유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상품의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해지하는 사람도 늘었다”고 말했다.

가입자 수가 줄면서 카드사가 채무면제·유예상품에 받던 수수료 수입도 지난해 1956억원으로 2015년(2580억원)에 비해 624억(24%) 감소했다.



그럼에도 카드사가 회원에게 받은 수수료 수입은 지난해에만 1628억원에 달했다. 2015년(6.5배)보다 줄었지만 보험료 대비 6배의 수입이다.

이는 보상금 지급리스크를 회피(헷지)하기 위해 손해보험사에 가입한 계약이행보상책임보험(CLIP)의 보험료 328억원을 제외한 규모다.

카드사들이 보험회사에 낸 보험료 대비 카드 회원에서 받은 수수료 수입 비율을 보면 현대카드가 8.4배로 가장 높고 국민카드가 4.3배로 가장 낮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보험료 외에도 전산·영업비 등 운영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료 외에도 들어가는 사업비용이 더 있다는 얘기다. 보험권에서는 채무면제·유예상품에 대해서도 규제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이 상품은 여신서비스 부수 업무로 간주해 보험상품과 달리 상품설계·수수료율·판매 등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기능(보험)을 한다면 같은 규제(보험요율과 판매규제 등)를 하는 게 맞다”며 “규제를 강화하면 카드사의 과도한 수익구조도 적정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