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문승관 기자
2016.04.24 06:0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종교단체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죠. 창구를 찾은 손님 가운데에는 큰 소리로 불만을 표시하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해당 은행이 최근 이란과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로 진출을 추진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은행과 보험사의 이슬람 국가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에 불만을 품은 기독교 단체 등이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아시아 최대 무슬림국가인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 또는 인수합병(M&A) 형식으로 진출하고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 캐피털의 진출도 활발하다. 무역의존도가 80%를 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갈수록 성장성이 확대되고 있는 이슬람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 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보험권의 경우 8조원에 달하는 이란 보험시장 선점을 위해 본격적인 시장조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그 반작용으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조직적인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보수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한 관련 단체들은 “이슬람국가(IS)든 말레이시아인이든 이슬람은 모두 이슬람”이라며 “타 종교인을 배척하는 무슬림의 확대는 막아야 한다”고 저지 운동을 펼치고 있다. 4·13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은 이슬람 저지를 정책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반 이슬람 집회가 열렸다. 테러집단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할랄(HALAL·‘허용된 것’이란 뜻으로 이슬람 율법상 무슬림들이 먹고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을 의미) 산업을 육성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기독교 단체의 한 관계자는 “경제 논리로만 모든 것을 파악하고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당장은 오일 머니를 끌어들여 이익을 본다 할지라도 그것이 테러 자금으로 유입되거나 미래에 이슬람 자본에 의해 경제가 잠식당할 가능성이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 반(反) 이슬람 정서가 커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금융권이 이슬람 국가로 진출하는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중동 국부펀드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끝내 결렬된 이유 중 하나도 ‘반 이슬람’ 정서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쿠크(이슬람국가들이 발행하는 채권) 도입을 위한 정부의 관련법 개정안이 2009년 국회에 제출됐으나 ‘이슬람교에만 특혜를 준다’등의 종교색 논란 속에 2011년 결국 폐기 수순을 밟았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장은 “특정 국가ㆍ종교를 배척하는 것 자체가 경제나 사업에는 도움이 될 수 없다”며 “이슬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금융권으로선 할랄 반대로 촉발된 이슬람 반대 분위기에 어떻게 대처할지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