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조규곤 파수닷컴 대표 "美 지갑 여는 S/W 만들겠다"

by박형수 기자
2016.04.20 06:40:00

조 대표, 2000년 삼성SDS 나와 파수닷컴 설립
DRM 기술 앞세워 대기업·공공기관 문서보안 책임져
NH농협은행, 파수닷컴 솔루션 덕분에 보안 강화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보안 솔루션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입니다. 정보통신기술(IT)분야에서 최강국인 미국에서 우리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믿고 살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습니다.”

조규곤 대표는 지난 2000년 파수닷컴을 설립했다. 영화, 음반, 게임, 캐릭터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쏟아지던 시기였지만 무단 복제를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던 시절이었다. 잘 다니던 삼성SDS 기술연구소를 박차고 나와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을 국내에서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음원이나 동영상을 돈 내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했던 시기다. 디지털 콘텐츠를 거래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5년 동안 파수닷컴(150900)은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 대표는 “나를 믿고 함께 해준 직원들을 거리에 나앉게 할 수 없었다”며 “DRM 기술을 문서를 보호하는 데 적용해 기업용 문서보안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용 DRM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며 “파수닷컴을 설립한 지 6년 만에 이익을 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5년 제일기획 연예인 X파일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업 내 일반 문서에 대한 보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파수닷컴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파수닷컴은 삼성그룹을 비롯해 포스코, CJ, 동부, 롯데 등 대기업을 잇달아 고객사로 확보했다. 정부 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도 보안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중앙 부처와 산하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고객이 늘면서 전체 매출의 30%가량은 공공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농협은 파수닷컴의 보안 솔루션을 도입해 전산사고를 줄이는 데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국내 금융권에서 잇달아 전산장애와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농협은 파수닷컴이 개발한 시큐어코딩 진단도구 ‘스패로우(SPARROW)’를 도입했다. 스패로우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필요한 소스코드 분석 도구다. 안전행정부에서 지정한 보안 약점 외에도 국제 표준 레퍼런스에서 지정한 치명적인 오류까지 검출할 수 있다. 농협은 연간 100여개에 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개발 단계에서 오류를 찾아내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스패로우를 도입한 뒤로 소프트웨어 결함과 보안 약점을 한번의 분석을 통해 점검할 수 있게 됐고 농협의 전산망은 안정을 찾았다. 덕분에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은행권에서 고객 수 대비 민원건수가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5년 금융민원 및 상담 동향’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고객 10만명당 민원건수는 3.75건에 불과했다. 특히 NH농협은행은 개인정보유출 관련 민원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파수닷컴은 국내 시장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면서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조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하게 북미 지역에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영향력 있는 콘퍼런스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가트너와 같은 컨설팅 & 리서치 그룹 소속의 IT전문 애널리스트를 만나 제품의 장점을 지속적으로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2년 2월에는 미국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IT 전문가를 미국 법인 경영진으로 영입했다”며 “최근 소니 픽처스 시스템 해킹과 건강보험업체 앤섬 해킹 등 대규모 정보 유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미국에서도 DRM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을 위한 파수닷컴의 오랜 노력은 올 들어 꽃을 피울 것으로 보인다. 파수닷컴 미국 현지법인은 올해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전히 콧대 높은 미국 소프트웨어 시장이지만 파수닷컴의 높은 기술력이 기업내 보안 담당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미국에서 성공하면 다른 국가로 진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워지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흑자 전환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파수닷컴은 올해 또 한번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파수닷컴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에서 연례 고객 초청행사인 ‘파수 디지털 인텔리전트 2016’을 열고 지난 2년 동안 준비한 신제품을 공개했다. 조 대표는 “제조업과 금융업, 심지어 농업 분야로 디지털 혁신이 빨라지고 있다”며 “모든 산업이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대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선보여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수닷컴은 보안을 강화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을 떨쳐낼 소프트웨어를 잇달아 출시했다. 보안과 생산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대표적인 솔루션 가운데 하나가 개인정보 비식별화 솔루션 ‘애널리틱 디아이디(Analytic DID)’다. 비식별화는 개인정보 일부 또는 전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하는 기술이다. 다른 정보와 결합해도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다. 최근 IT업계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모델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다량 포함한 정보를 분석하는 것은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개인 정보 노출 위험이 크다. 애널리틱 디아이디를 이용하면 개인을 식별할 정보는 자동으로 삭제하고 데이터 유형과 특징, 분석 목적에 따라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다.

조 대표는 “빅데이터에 포함된 개인정보가 유출될 걱정을 하지 않고 활용도 높은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며 “빅데이터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위치와 관계없이 보안은 물론이고 동기화를 지원하는 디지털 문서 플랫폼 ‘랩소디 3.0’도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담았다. 랩소디는 문서식별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문서가 어디에 있든 편리하게 문서를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다. 다양한 구성원이 공동으로 문서 작업을 할 때 수정본을 서로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주고받지 않아도 자동으로 업데이트를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서버에는 수정 전 문서를 고스란히 저장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는 이전 문서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동시 편집 모드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정보의 파편화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어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공유하는 관련 정보까지 문서와 통합해준다.

조 대표는 “디지털 문서를 활용하는 모든 기업과 공공 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문서 관리 플랫폼으로 개발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레퍼런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지금까지 보안을 잘하려면 생산성을 일부 희생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려면 보안을 포기해야 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처음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보안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수닷컴의 모든 소프트웨어는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 행동을 기반으로 생산성과 보안을 함께 높일 방안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던 1992년 미국 럿거스대에서 컴퓨터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삼성SDS 기술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오픈솔루션센터장을 역임했다. 1999년 10월 삼성SDS 사내벤처로 시작해서 2000년 6월에 분사해 파수닷컴을 설립했다. 이지수 파수닷컴 전무를 비롯해 삼성SDS에서 근무한 직원들이 조 대표와 함께했다. 한국DRM협회(KODIA)와 한국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 회장을 맡아 활동하며 국내 보안 산업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