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SKT, KT 대표이사..다시 '기본'으로

by김현아 기자
2014.03.24 00:10:46

보조금에 집중하는 단기 실적 경쟁이 빚어낸 참사
다시 원점에서..관계자 문책 가능성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통신회사 두 곳의 대표이사(CEO)가 잇따라 국민에게 머리를 숙였다.

6시간 넘게 560만 고객이 음성통화는 물론 데이터 서비스도 쓰지 못한 SK텔레콤(017670) 통신장애와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 신용카드·은행계좌 번호 등 980만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KT(030200) 해킹사고 때문이다.

하성민 SK텔레콤 대표이사(사장)는 장시간 전국적으로 벌어진 통신장애를 죄송스러워했고, 황창규 KT 대표이사(회장)은 1년 가까이 진행된 낮은 수준의 홈페이지 해킹을 부끄러워했다. 통화품질 1등, 통신 대표주자라고 자부심을 가져왔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하는 착잡한 표정이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좌)이 21일 오후 을지로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일 오후 6시부터 5시간 40분 동안 발생한 이동통신 장애에 대해 사과했다. 피해고객에게 약관 기준의 배상금액(6배)보다 많은 10배를 배상하고, 불편을 겪은 2700만 전 고객의 1일분 통신요금도 감면해 주기로 했다.
황창규 KT 회장(우)이 7일 오후 세종로 KT 광화문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킹으로 대규모 고객정보가 유출된 데 대해 머리를 숙였다. 황 회장은 2차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무리 잘 대비해도 통화량이 폭주하거나 보안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들은 뒤늦게 고객에게 공지하거나 2년 전 870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에 이은 재사고라는 점에서 더 비판받았다.

업계 내부에서도 ‘기본으로 갖춰야 할 통화품질이나 고객정보 보호에는 소홀한 채, 단말기 보조금을 이용한 가입자 뺏기 쟁탈전에만 관심을 두지 않았나’ 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시장점유율 50%를 지키겠다”고 언급해 점유율만이 최선인 것처럼 오해를 사거나, 2012년 대형 사고 이후 고객시스템 개선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은 탓이다.



SK텔레콤은 이번 분당 전산센터 HLR(가입자확인모듈) 장애 시 3대가 고장 났지만, 복구 과정에서 다른 HLR 장비의 과부하까지 초래해 4000번 대와 8000번 대를 쓰는 고장 장비 고객뿐 아니라, 다른 번호 가입자들도 원활한 통화가 되지 않았다. 와중에 ‘6시 25분 장비복구 완료’라는 혼란스런 메시지가 전파되기도 했다.

KT는 2012년 당시 영업전산시스템 보완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 2013년 2월부터 시작된 해킹을 알지 못했다. 김기철 CIO(최고기술경영자)는 “IT전문회사에서 감지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KT 대리점에선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단말기를 루팅(Rooting, 자기폰을 개조해 권한을 획득하는 것)해 데이터 나눠쓰기를 할수있는 등 허술한 점이 많다.

하성민 사장은 “이번 사고는 깊은 반성의 계기를 가져다줬다”면서 “기본으로 돌아가 밑바닥부터 다시 챙기겠다”고 했다. 그는 “2700만 고객을 모시는 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엄중한 일인지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황창규 회장은 “고객 정보가 두 차례나 유출된 것은 너무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잘못된 투자와 정책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이고, 관계자들을 엄중하게 문책하고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면서 혁신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회사가 자만심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갈수 있을까. 당장 SK텔레콤 네트워크 부문과 KT 영업전산시스템 등 관련자에게 인사상 책임을 지우는 일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T타워에서 지난 20일 발생한 서비스 장애 피해 보상 대책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방인권 기자 bink711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