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저소득층은 내달부터 실손보험금 미리 받는다

by김보경 기자
2012.06.17 11:00:00

300만원 이상 고액치료 대상..진료비 청구서만으로 보험금 수령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저소득층은 내달부터 병원비를 내기 전에 진료비 청구서만으로 실손의료 보험금을 미리 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에 가입하고도 당장 치료비가 없어 고액치료는 엄두를 내지 못하던 저소득층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보험금 지급심사가 부실해질 수 있고, 보험금을 다른 목적으로 유용할 수 있어 부작용도 우려된다.

17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은 다음 달부터 진료비 영수증이 아닌 진료비 청구서만으로 실손 보험금을 지급하는 `실손보험 치료비 신속 지급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신속 지급제도의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이며, 300만원 이상 고액치료비에 한해서 적용된다.

실손의료보험은 한 달에 몇 만원씩 보험료를 내고 사고나 질병으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병원비를 보험금으로 받는 상품이다. 가입자가 먼저 병원비를 내고 그 영수증으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후정산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당장 생활비조차 없는 저소득층은 실손보험에 가입하고도 고액의 진료비가 드는 치료는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보험산업 소비자 신뢰제고 방안`으로 저소득층에겐 진료비 영수증이 아닌 청구서를 근거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속 지급제도 시행으로 실손보험에 가입하고도 치료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또 보험금도 청구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고액치료비의 기준을 얼마로 할 지에 대해 논의가 많았지만 그 동안 실손보험금 지급건수를 볼 때 치료비가 300만원이 넘으면 저소득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계약자가 보험금 지급을 신청하면 보험금 청구가 적합한 건인지, 보험약관상 면책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지, 보험사기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심사한다.

그런데 병원비를 내기 전에 보험금부터 선지급할 경우 아무래도 제대로 된 보험금 지급 심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진료비 청구서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보험금을 병원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러 가지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지만 일단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신속 지급제도를 시행키로 했다"며 "보험금이 선지급되는 만큼 사후에 보험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더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