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회의 이미지업]꽃중년 예찬

by하민회 기자
2012.05.01 07:42:22

[이데일리 하민회 칼럼니스트] 꽃중년이 뜨고 있다. 아저씨보다는 오빠라는 호칭이 어울리고, 청바지쯤은 겁 없이 소화할 수 있는, 40대가 넘어서도 젊은이 못지 않은 외모와 패션감각을 지닌 남성들. 이 멋진 중년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돈 벌어다 주는 기계, 아이들 공부 방해될까 뒤꿈치 들고 다니며 TV도 맘대로 못 본다는, 힘겨운 가장의 전형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곱게 가꾸며 소중하게 여기는 꽃중년은 한 마디로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사는 100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중년층의 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견 기업에서 본부장을 맡고 있는, 갓 오십 줄에 들어 선 강영수씨. 모처럼 고교동창 모임에 갔다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벗겨진 머리, 중년의 뱃살, 지친 표정을 한 대부분의 친구들 틈에서 단단한 몸매에 오렌지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는, 자기 눈에도 거뜬히 열 살은 어려 보이는 친구가 눈에 뜨였다. "긴 인생 살아야 하는데 이왕이면 젊게 오래 지내면 좋잖아." 일주일에 두 세 번은 반드시 헬스장에 간다는 그 친구는 목소리에서부터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무릇 자기 관리는 외모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눈으로 변화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어스타일에 따라 다섯 살이 왔다 갔다 한다. 흰머리를 염색하면 한결 젊어 보인다. 재미있는 건 염색하고 나면 걸음걸이까지 달라진다는 점이다. 한층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걷는다. 중년의 뱃살을 없애고 싶으면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청바지를 사 입는 것이 효과적이다. 열이면 아홉은 청바지 맵시를 내고 싶어 시키지 않아도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을 하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고 아끼는 마음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골프복이나 등산복 같은 운동복과 야외 활동복은 가능한 화려하고 대담한 원색을 고르는 것이 좋다. 원색을 입으면 활동적으로 보일 뿐 더러 입은 사람의 기분까지 산뜻하게 만들어 자주 이야기하고 자주 웃는 자신감 있는 행동을 만들어낸다.



외모가 젊어지면 마음과 생각이 따라간다. 아들뻘 되는 후배 CEO들과 스스럼 없이 잘 어울리고, 젊은 후배 CEO들에게 유난히 인기가 많은 칠순이 다 되어가는 CEO가 계신다. 가능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넥타이를 매고 핫 한 헤어샵에 다니신다. 아버지 연배의 분이 형처럼 느껴진다. 세대차이나 세대갈등을 찾아보기 어려운 그 분은 확실히 또래 분들에 비해 건강하고 유쾌한 성품을 보이신다. 그래서일까? 그 분의 기업은 창의적이고 신선한 마케팅으로 평판이 높다.

이쯤 되면 꽃중년이 반가운 이유로는 충분하다. 꽃중년은 중년에서 오는 노련함과 원숙함 뒤에 숨은 약간의 피로감을 `꽃`이라는 앞 글자로 지우고 오히려 새롭고 재미있고 자신감에 찬 중년으로 거듭난 이들이다. 조각 같은 아이돌 연기자들 곁에서 꽃중년 배우들이 극의 깊이를 만들고 중심을 잡아주고 있듯이 나는 100세 사회에서 꽃중년이 그 모습과 행동으로 내실 있고 건강한 사회를 끌어갈 것이라 기대하고 싶다.

금세기 자타가 공인하는 내조의 여왕, 힐러리 클린턴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스타일은 주변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 – 당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세상에 대해 가진 희망과 꿈들까지 말해줍니다." 스타일은 단순히 스타일이 아니다. 모습을 바꾸고, 기분을 바꾸고,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일이며 변화의 출발점이다.

화사한 봄이다. 중년의 동면에서 깨어나 스스로를 살피고 어루만져야 할 때이다. 이 땅의 중년들이여. 우리 모두 꽃중년이 되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