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격 투자' 시동‥장비구매 3배 늘었다

by안승찬 기자
2012.02.09 08:28:21

올 들어 장비구매 총 12건·757억원..전년比 2.7배 늘어
사상 최대 투자 계획.."하반기 생산확대 앞두고 공격 투자"
'치킨게임의 승자' 삼성, 선제 투자로 시장 독식할 듯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LCD 생산공정에 필요한 장비 구매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의 장비 구매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반도체, LCD 등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한발 앞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적자에 허덕이는 경쟁업체들이 감산에 나서고 있지만, 치킨게임의 유일한 승자인 삼성은 오히려 투자를 더 늘리는 셈이다. 
 
삼성의 계산대로 하반기 시장 상황이 개선되다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던 삼성의 시장 지배력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삼성전자(005930)가 국내 장비업체와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은 총 12건이다. 전체 계약 금액은 757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전체 장비 구매 계약 건수가 3건, 계약 금액이 284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2.7배 늘어난 규모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과 이달 1일 국제엘렉트릭(053740)코리아와 각각 105억원, 122억원 규모의 반도체 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에스티아이(039440)(59억원), 유니셈(036200)(46억원), 엘오티베큠(083310)(10억원) 등과도 잇따라 반도체 장비 구매 계약을 맺었다.

LCD와 통신장비 쪽 장비 구매도 많았다. 지난달 6일과 이달 1일 삼성전자는 미래컴퍼니(049950)와 총 152억원 규모의 LCD 장비 구매를 계약했고, 지난달 16일에는 유니셈과 10억원 규모의 LCD 장비를 구매하기도 했다.

지난달 5일과 6일 삼성전자는 영우통신(051390)과 총 207억원의 원격무선장치(RRH) 구매 계약을 맺었고, 지난 7일에는 케이엠더블유(032500)와도 46억원 규모의 장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은 이미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달 27일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에만 지난해보다 2조원 늘어난 총 25조원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규모의 메모리 생산공장인 16라인의 생산을 늘리고 있어 장비 구매 수요가 많다"라며 "올해 투자 계획이 많이 잡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메모리 반도체와 LCD의 시황이 올해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자 삼성전자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반기 본격적인 시장 개선을 대비하려면 상반기부터 장비 구매 등 투자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본 반도체장비업체의 출하액 대비 수주액 비율(BB율)은 지난해 12월 1.2를 기록,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1을 넘어섰다. BB율은 3개월간 평균 수주액을 출하액으로 나눈 수치로, 1을 넘으면 수요가 생산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미 반도체장비제업체의 BB율도 지난해 9월 저점 이후 3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만큼 반도체 경기 회복을 예상한 기업들의 장비 주문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남태현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올해 투자 계획을 대폭 늘린 데다 장비 국산화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하반기 생산 확대를 염두에 두고 삼성의 투자가 상반기에 집중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