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리, 장가보내줄게!"..기업들은 중매쟁이

by한규란 기자
2011.11.20 07:04:07

기업들, 미혼 직원 단체미팅 주선 열풍
"직원들 충성심·사기 높일 수 있어"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 `청춘남녀 미팅` 신드롬이 불고 있다. 주선자는 바로 기업. 직원들의 결혼을 장려하며 직접 미혼 해결사로 나서고 있다.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 업무 효율성까지 증대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박용성 두산중공업(034020) 회장은 미혼 직원들을 손수 짝 지어주기 위해 중매자로 나섰다.

박 회장은 지난 4일 사내 홈페이지에 "최근 젊은이들이 좋은 짝을 찾기가 더 까다로워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미팅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 남성 직원 30명과 중앙대·중앙대병원 여성 직원 20명, 대한체육회 여성 직원 10명은 오는 19일 중앙대에서 단체 미팅을 갖는다. 두산그룹에서는 사원부터 차장까지 다양한 직급이 참여하고, 중앙대병원에서도 비서직과 간호사 등이 참여한다.

웅진그룹 역시 지난 7월 계열사 직원들의 미팅을 주선해 화제를 모았다. 계열사인 웅진씽크빅 여직원 15명과 웅진케미칼 남직원 15명이 미팅에 참여했다.



이처럼 웅진그룹이 직원 중매에 발 벗고 나선 데는 양사 대표들의 의지가 작용했다. 웅진씽크빅(095720)은 여성 직원의 비율이 매우 높지만, 웅진케미칼(008000)은 남성 직원 비율이 압도적이다. 이에 따라 최봉수 웅진씽크빅 대표와 박찬구 웅진케미칼 대표가 남녀 직원들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앞서 포스코(005490)도 외로운 총각 직원 구제에 나섰다. 지난 5월 포항제철소 내 미혼 직원들에게 미팅의 기회를 제공한 것. 포스코 패밀리사 직원과 교사, 간호사, 은행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남녀 24쌍이 미팅에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총 8쌍의 커플이 탄생했다는 후문이다.

포스코 측은 "고향을 떠나 포항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이 연고가 없어 이성과의 만남의 기회가 적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 포항제철소는 지난 5월 미혼 남자직원을 대상으로 단체미팅 이벤트를 실시했다

LG디스플레이(034220)도 커플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파주공장과 협력사 미혼 사원 100여명을 파주 금촌의 한 나이트클럽에 초청해 파티를 열었다. 이를 통해 총 10쌍의 커플이 인연을 맺었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사내 연애를 적극 장려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사내 결혼한 커플만 총 600쌍이 넘는다. 회사는 지난해 6월부터는 사내 커플이 결혼에 골인할 경우 사장 전용차를 웨딩카로 지원하고 있다. 370쌍 가량의 커플이 이 혜택을 누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결혼을 권장하는 것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직원들은 사랑하는 짝을 찾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