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변치않는 대기업 총수일가의 계열 `일감 몰아주기`

by박수익 기자
2011.06.08 09:10:00

대기업 소속 물류·IT회사 등 계열간 거래비중 지속 증가

마켓in | 이 기사는 06월 03일 14시 34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대기업들의 계열사 지원성거래(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도 총수 일가가 출자한 회사들의 매출이 계열사 지원에 힘입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대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계열사 간 상품·용역거래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 계열 물류·IT·광고·건설(시설관리 포함)회사들의 계열사 매출 비중이 대부분 증가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매출 비중이 낮아진 곳도 계열사와의 거래금액은 증가해 여전히 회사 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S(078930)그룹 계열 운송관련업체인 STS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매출액 57억9500만원 전액이 계열사 간 거래에서 발생했다. 대주주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4촌 동생인 허용수 GS 전무의 두 아들 석홍(10), 정홍(7)군으로 각각 지분 30%, 70%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공시상 확인 가능한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출액 대부분이 GS칼텍스와 관련 있다.

웅진그룹 계열 부동산관리업체 경서티앤알도 2년 연속 매출액 전부를 계열사 극동건설과의 거래를 통해 벌어들였다. 이 회사는 웅진이 극동건설을 인수한 직후인 2009년 6월 윤석금 회장이 100% 출자해 설립한 곳이다.

▲ 기업집단명: 삼성(삼성SDS·아이마켓코리아), 현대차(글로비스·현대엠코·이노션·오토에버시스템즈), SK(SKD&D·SKC&C·MRO코리아), LG(서브원), 포스코(엔투비), GS(STS로지스틱스·GS네오텍), 한진(싸이버로지텍), 한화(한컴·한화에스앤씨), 금호(아시아나IDT), STX(STX건설), CJ(CJ시스템즈), 현대(현대유엔아이), 대림(대림아이앤에스), 동국제강(디케이에스앤드), 효성(신동진), 웅진(경서티앤알)




IT 계열사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회장 부자가 지분 30.1%를 소유한 오토에버시스템즈,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한화에스앤씨는 회사 규모 확장에도 계열사 매출 비중이 더 높아졌다.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이 지분 31.88%를 보유한 CJ시스템즈, 대림산업(000210) 3세 이해욱 부회장이 지분 89.7%를 소유한 대림아이앤에스도 계열사 비중이 높아진 사례다.

계열사 매출 비중에 변화가 없거나 낮아졌더라도, 거래금액은 늘어난 경우도 많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체로 회사 설립 초기에는 계열사 비중이 높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가 성장하면서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계열사와의 거래금액 절대치는 꾸준히 증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 계열사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50%에 달하는 현대차 계열 글로비스(086280)가 대표적이다. 전체 매출에서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49.5%에서 2010년 45.9%로 소폭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계열사와의 거래금액은 1조 5800억원에서 2조 6800억원으로 급증했다. 계열사간 거래금액과 전체 매출액이 동반 성장하는 셈이다.

삼성SDS 역시 계열사 비중은 2년간 63%대로 동일하지만, 거래금액은 1년 새 7100억원 증가해 계열사 덕을 톡톡히 봤다. 결국 이러한 사세 확장을 바탕으로 향후 기업공개를 추진한다면 지분 17.2%를 보유한 이건희 회장과 자녀들 역시 적지 않은 차익을 거두게 된다.

채이배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계열사 지원성거래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비교적 최근에 공론화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난해까지는 기업들이 기존 거래관행을 유지해왔을 수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바뀔 지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