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전세난 더 심해진다"

by이태호 기자
2011.02.03 09:11:05

2~3월 서울 입주물량 1월의 `3분의 1토막`
"가격상승 기대 없는 한 매매전환 어려워"

[이데일리 이태호 기자] 설 연휴 이후엔 전셋집 구하기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봄 이사철 신혼부부 수요가 집중되는 데 반해, 공급(입주예정) 물량은 큰 폭으로 줄어 수급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매매 활성화와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한 주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3일 국토해양부 집계에 따르면 2, 3월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1월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1월에는 6712가구가 입주하지만 2월에는 2010가구, 3월에는 2703가구에 그친다.

▲ 전국 전세가격은 2009년 상반기 상승 추세로 전환한 이후 계절 수요 변화에 따라 민감한 움직임을 보여왔다(자료: KB부동산)
경기도는 2월 입주가 일시적으로 늘면서 잠시 숨통을 틔워주겠지만 3월에 다시 큰 폭으로 줄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지역 1~3월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순서대로 1876가구, 5213가구, 1630가구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연구소장은 설 이후 전세시장에 대해 "한마디로 수급이 꼬여버렸다"고 진단하면서 전셋값 상승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수급이 균형을 이루려면, 적어도 1~2년은 더 지나야 할 것"이라면서 "한동안 이사철마다 심한 전세난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파트 공급부족 현상은 올해말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올해 연간 아파트 입주물량이 20만6000가구(수도권 11만9000가구)로 전년의 25만8000가구(14만2000)보다 20.1% 감소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민간 부동산정보업체의 집계는 더 비관적이다. 부동산114는 올해 전국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이 19만1451가구를 기록해 지난해(29만7000여가구)보다 10만가구(35%)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지난해의 경우 입주물량이 많았는데도 전셋값은 올랐다. 그런데 올해는 입주물량이 더 줄어들 예정이니 전셋값 상승세는 연중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올 봄 전세난 심화를 피해갈 수 없는 또 하나의 핵심 이유로 매매거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 지난해 아파트 거래량이 8.29 대책 이후 중소형 위주의 빠른 회복을 보였지만, 2009년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다(자료: 국토부)
세입자들이 전셋값을 올려주더라도 임대시장에 머물려고 하면서 전세물건 자체가 시장에 나오지 않는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지난해 8.29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매매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박원갑 연구소장은 "전셋값이 계속 상승하다보면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과정이 생길 수 있는데, 아직까지 서울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45% 정도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매수요가 살아나려면 전세가 비율이 50%, 60% 정도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수도권 전셋값이 엄청 오르거나 매매가가 폭락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매매수요로의 전환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을 살 능력이 있는 세입자마저 아파트 매입을 주저하는 데는 집값이 예전처럼 오르기 힘들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약 2%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예상 물가상승률 3.5%에도 못 미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이보다 낮은 1~2%를, 대한상공회의소의 전문가설문조사는 3% 상승을 점쳤다. 
 
임병철 부동산114 과장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보니 조금 더 지켜보자는 생각이 매매거래 부진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