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신혜연 기자
2010.10.17 08:30:00
소프트웨어 육성정책 분위기 틈타 관련업체 M&A 활발
코스닥 부진하자 상장한지 1년 남짓 경영진 "일단 팔자"
[이데일리 신혜연 기자] 상장한지 1년 남짓밖에 되지않은 기업들이 팔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통신, 게임, 소프트웨어 관련업체들의 기업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들어 코스닥지수가 대형주에 비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횡보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정부 정책 분위기를 틈타 높은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려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통신장비업체 뉴그리드(099440)는 지난 14일 비상장 공작기계 및 지능형로봇 제조업체인 스맥스를 인수합병키로 하면서 최대주주인 이형모 대표이사의 보유 지분 및 경영권을 스맥스에 넘겼다. 지난해 5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지 1년 5개월 만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총 매매대금은 170억원. 양도대상 주식수가 125만주(22%)였던 것을 반영하면 주당 1만3600원에 팔린 것이다. 이는 현 주가인 4000원선의 3배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7월 초에는 온라인 게임업체 조이맥스가 경영권 매각 문제로 투자자들의 불신을 샀다.
지난해 6월 상장한 조이맥스는 상장한지 1년만에 위메이드에 매각됐다.
하지만 당시 최대주주였던 전창웅 전 조이맥스 대표이사는 선(善)한 기업을 지향하겠다는 당초 모토와는 달리 주식 전량 및 경영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기 한달전 최대주주 지분 매각설이 불거 나오자 "사실무근"이라며 매각설을 강력히 부인한바 있다.
매각은 주당 3만9596원씩 총 693억여원에 이뤄졌다. 이는 당시 주가 였던 1만5000원선의 두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밖에도 올해 초에는 소프트웨어 업체 사이버다임이 지난 2008년 10월 상장한지 1년5개월여만에 최대주주가 보광사에 주식전량 및 경영권을 넘겼다.
매매매금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120억원이었으며, 당시 주가였던 2000원선의 7배가 넘는 주당 1만5000원선이었다. 사이버다임은 이후 보광사이버다임(066690)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들 업체는 모두 정부의 차세대 IT산업 육성 정책과 관련이 있다.
김태윤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정부가 스마트그리드 및 유비쿼터스 환경을 만들어 삶의 질 향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취약한 소프트웨어 산업을 강화하는데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최근 통신·게임·소프트웨어쪽 M&A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믿고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은 불만스럽다는 반응이다. 기업의 장기적 비전을 믿고 상장 초기에 투자했던 A씨는 "기존 경영진이 회사를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기는 커녕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보유지분에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 이익만 챙기고 떠난 것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했다.
김 연구위원은 "M&A를 통해 좋은 주인을 만나면 회사가 더욱 성장할 수 있다"면서도 "상장 후 얼마 안돼 또 다른 경영자 리스크를 떠안아야하는 투자자들의 입장을 간과해선 곤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