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토 "도요타 사태, 현대·기아차도 방심말라"
by김상욱 기자
2010.06.25 10:05:00
이데일리TV, 후지모토 소장 인터뷰..25일 방송
"도요타 사태, 급속한 성장따른 `복잡화` 대처 미흡이 원인"
"현대·기아차, 리스크 각오하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이데일리 김상욱 기자] "도요타가 겪은 문제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한 글로벌 회사들이 직면하는 과제다. 어떤 기업도 방심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에서도 매우 신경써야 한다"
일본 산업경제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교대 제조업 경영연구센터 소장(사진)이 최근 세계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에게 도요타 사태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메세지를 던졌다.
후지모토 소장은 우선 도요타 자동차의 리콜 사태는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이른바 `복잡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등 선진국 진출 과정에서 복잡한 형태의 제품들이 생산됐지만 이를 컨트롤하는 조직의 능력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의 경우도 지금까지는 `복잡화` 리스크가 작은 상태였지만 기업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점차 도요타가 일으킨 문제에 가까운 리스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모든 글로벌 자동차 제조회사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매니지먼트가 요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후지모토 다카히로 소장은 이데일리 창간 10주년을 기념한 인터뷰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후지모토 소장과의 인터뷰는 25일 오후 10시 이데일리TV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후지모토 소장은 우선 도요타 사태와 관련 "도요타 문제는 선진국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모든 글로벌 기업들의 공통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안전이나 환경, 연비와 같은 제약조건이 매우 엄격해졌고, 고객의 기능적인 요구도 매우 까다로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자동차의 설계를 복잡화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도요타는 선진국, 특히 미국을 겨냥한 고급차를 많이 만들었고 이를 통해 앞서 나갈 수 있었지만 결국 복잡화에 따른 문제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도요타의 제품 설계능력이나 개발능력은 향상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스피드로 도요타가 안고 있는 복잡화 문제가 커져 버렸다"며 "도요타 조직 능력을 모아도 해결되지 않는 수준이 되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후지모토 소장은 특히 도요타 자체의 부주의도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높은 품질에 대한 자만심과 방심 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시점에서 위기관리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에게도 방심해선 안된다는 조언을 내놨다.
후지모토 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상대적으로 심플하고 작은 차에 좀 더 신경을 써왔던 만큼 지금까지는 도요타에 비해 복잡성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지 않았다"며 "다만 어떤 기업도 방심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와 기아차도 보다 고급차, 부가가치가 높은 차 혹은 첨단을 가는 에코 자동차 등에 들어서야 하는 만큼 지금보다 복잡한 자동차에 도전해 나가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도요타가 일으킨 문제에 가까운 리스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지모토 소장은 다만 "높은 리스크(high risk)는 상대적으로 높은 리턴(high return)이기도 한 만큼 어느 정도 각오를 하면서 과감히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으로는 조직능력을 높여가면서, 가능한 한 설계를 슬림하고 심플하게 하는 미묘한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며 "앞으로 모든 글로벌 자동차 제조회사에 전략적으로 매우 어려운 컨트롤이 요구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대차 첸나이 공장을 예로 들며 한국 제조업의 강점도 언급했다. 후지모토 소장이 첸나이 공장을 방문했을때 현지 주재원들이 남인도 언어인 타밀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경험도 소개했다.
후지모토 소장은 "현지의 말을 구사하면서 그 시장속으로 들어가고, 그곳 사람들의 자동차 생활을 깊이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한국이 앞서 있고, 일본도 이를 배워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