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산 주식 절반 남았다..`추가 매물 얼마나`

by최한나 기자
2010.05.21 09:29:00

외국인 이달에만 5조 순매도..IT·금융 집중 팔자
유럽위기 계속되는 한 이탈 지속..中긴축 `또다른 변수`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외국인이 연일 주식을 내다던지면서 이달 들어 누적된 순매도 금액이 5조원을 넘어섰다. 올들어 사들인 주식이 11조원 가량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4개월간 쌓아온 주식 중 절반을 처분한 것이다.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당분간 외국인 매도는 좀 더 이어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다만 유럽계 자금 유출이 일단락되고 있어 다음주부터는 매도 규모가 점차 작아질 가능성을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외국인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록한 순매도 금액은 5조2799억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올들어 누적 순매수 금액인 11조2236억원의 4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단 20일 만에 지난 4개월간 사들인 주식의 절반을 팔아치운 것.

외국인은 이달 들어 단 이틀만 제외하고는 모두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지난 14일 이후 닷새 연속 순매도를 보이면서 5일간 누적된 금액만 2조3000억원에 달한다. 매도세가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은 주로 IT와 금융, 자동차주를 집중 매도했다. 하이닉스(000660)를 8709억원 팔면서 가장 많이 던졌고, 이달 상장한 삼성생명(032830)을 8112억원 팔면서 차익실현에 주력했다. 이어 삼성전자(4739억원)과 LG디스플레이(3767억원) 등을 줄줄이 팔아치웠다.
 
업종별로도 전기전자업종을 1조8454억원어치 팔면서 가장 많이 현금으로 바꿨다. 금융업이 1조428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9707억원이 보험업으로, 삼성생명 차익실현에 따른 영향이 톡톡히 반영됐다. 이밖에 철강금속업종(4811억원), 운수장비업종(3981억원) 등도 많이 팔았다.




여전히 외국인의 조기 복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장기전으로 가고 있는 데다 금융불안이 실물경제 하강압력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이머징 마켓에서 발을 빼려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

증시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환율 급등 등 금융시장을 놀라게 한 천안함 사태 역시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를 제한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언제 터져나올 지 모르는 중국의 긴축 조치 역시 이머징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성으로 들어온 자금은 이미 수익을 많이 얻었고 유럽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자금 확보용으로 이머징 자산을 계속 매도할 것"이라며 "외국인이 단기간내 돌아오기도 어렵지만, 돌아온다고 해도 작년과 같은 적극적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유럽과 관련된 자금 회수는 일단락됐다며 이제부터 나오는 추가 매도는 또다른 요인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승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계 자금은 지난 1~2월에도 다른 나라 자금이 모두 살 때 홀로 팔았다"며 "유럽발 위기에 기인한 자금 이탈은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문제는 중국의 긴축 가능성인데, 외국인의 이머징 마켓 추가 이탈을 좌우할 변수"라며 "주말 사이 중국에서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