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진영 기자
2010.04.06 10:25:00
[이데일리 김진영 칼럼니스트] 방 여사는 구력 3년 차다. 한참 골프가 재미있고, 샷 하나하나가 진지하며, 진짜 잘 치고 싶은 소망이 간절하다. 열심히 연습하고 나름대로 연구한 덕에 여성 골퍼들이 그토록 힘겨워 하는 임팩트를 제법 할 수 있게 됐다. 대체로 거리는 아장아장 수준이지만 가끔은 200야드를 넘기는 호쾌한 드라이버 샷을 선보일 때도 있다.
대충 파4에서는 3온하고 파3에서는 2온, 파 5에서는 적어도 5온은 한다. 때문에 그린에 올라 오면서 방 여사는 늘 보기나 더블보기로는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한다. 그 정도 되면 파(破) 100쯤은 문제가 아닐텐데…
그러나 현실은 방 여사 계산과 달랐다. 왜냐. 그 긴 페어웨이를 열심히 헤치고 온 샷 숫자 이상으로 퍼팅을 하기 때문이다.
이상했다. 아무리 진지하게 라인을 살피고 해도 공은 꼭 홀을 외면했다. 그것도 아주 택도 없는 방향으로 흘러 버렸다. 캐디가 자세를 잡아주고 잔소리를 하면 좀 나아지는가 싶다가도 다시 비슷해졌다. 3퍼팅은 기본, 4퍼팅, 5퍼팅도 나왔다.
숏 게임 못하면 머리가 나쁜 거랬는데…
방 여사는 뒤에서 송 여사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차마 돌아서서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진짜 내 머리가 나쁜가 싶은 자괴감이 들 뿐이다. 샷 하면서 즐거운 골프가 그린에만 올라오면 우울해지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차 선생을 만났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인 그녀는 평소 고수로 소문이 자자했지만 한번도 동반할 기회가 없었는데 송 여사 주선으로 함께 필드에 나서게 된 것. 방 여사는 처음 만난 차 선생이 조심스러워 전반 9홀 동안은 뭐 하나 물어 볼 생각하지 않고 관찰만 했다. 잘 치는 사람 플레이를 보다 보면 뭔가 깨닫는 게 있겠지 싶었다.
특히 퍼팅을 유심히 봤는데 영 특이한 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꼭 연습 스트로크 한번만 하고 부드럽게 친다는 거 말고는…
하여 결국 10번홀 마친 뒤 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 내 퍼팅 고칠 방법이 뭐냐고…
차 선생은 특유의 선생님 톤으로 말했다. 제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문제를 풀 때 항상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고. 또 절대 감정에 휩쓸리지 말라고 말이죠. 저는 퍼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김 여사 뭔 말인가 싶었지만 그냥 듣고 있을 수밖에.
그린 상태를 잘 파악하는 게 출제자의 의도 파악이라면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것은 몸이 앞서가지 않는 거죠. 특히 김 여사님은 감정에 마구 휩쓸리는 스타일 같아요. 홀에 들어가는 것은 공인데 몸이 들어가려고 하신다고나 할까요.
일단은 공이 아니라 몸으로 라인을 맞추는 게 문제죠. 공과 몸은 한걸음 정도 떨어져 있는데 몸으로 홀 방향을 맞추면 공은 그보다 오른쪽으로 굴러갈 수 밖에요. 반드시 공, 그러니까 그 뒤에 있는 클럽페이스가 홀 쪽을 향하게 어드레스 해야 합니다.
사실 샷 할 때도 마찬가지죠. 몸은 홀보다 왼쪽을 향해야 공이 홀 쪽으로 갑니다. 굳이 홀 쪽으로 정확하게 가지 않더라도 온 그린은 되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곤 하는데 홀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퍼팅도 많이 하게 되니 사실 어프로치 샷할 때는 신경 좀 쓰셔야죠. 김 여사님은 항상 홀 오른쪽으로 온 그린되시는 거 모르셨죠? 그거 다 몸이 홀 쪽으로 셋업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스트로크할 때는 절대 몸이 따라가면 안됩니다. 공을 치면서 몸이 홀 방향으로 움직여 버리면 페이스가 움직여지고 정확하게 임팩트되지 않아서 애초에 계산했던 거리와 방향을 모두 맞출 수 없게 돼요. 이런 경우 페이스가 닫혀서 왼쪽으로 공이 가는 경우가 많은데 오른쪽으로 셋업하고 당겨서 치면 운 좋게 홀 인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비껴 맞으면서 공이 우왕좌왕,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죠.
미국 LPGA투어 일인자로 부상한 멕시코의 로레나 오초아는 데뷔 초에 퍼팅 후 몸이 따라가지 않고 헤드 업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일부러 홀과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약간 돌리기까지 했답니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몸이 따라가지 않도록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게 좋겠죠. 고개를 들지 않아도 몸이 따라가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명심하세요. 홀에 들어가는 것은 공이지 몸이 아닙니다.
그래, 홀에 넣는 것은 공이지 내 몸이 아니다. 차 선생의 조근조근한 설명 덕에 김 여사는 ‘앗싸!’를 외쳤다. 이제 그녀가 송 여사 코를 납작 눌러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