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골프)그녀의 계산법

by김진영 기자
2009.12.08 10:25:03

[이데일리 김진영 칼럼니스트] “어휴, 그래도 보기로 막았네!”
그녀의 말 한마디가 뒤통수에 박혔다. 보기?

라스베이거스 방식으로 내기를 하는 중이었고 그녀는 상대편이었다. 평소 제일 스코어 좋은 축이었던 그녀는 오늘 무척 헤매고 있었고 문제의 그 곳, 파4의 4번 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티 샷 OB를 한 방 날렸다. 그리고는 볼 찾는다며 한참을 걸어 나가 다시 샷을 했는데 단번에 온 그린 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어프로치로 홀에 잘 붙였고 1퍼트로 홀 아웃했다.

내 셈으로는 5온에 1퍼팅이니까 더블보기인데 그녀는 보기라고 했다.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가 더블보기인지, 보기인지에 관계없이 이미 우리 편이 이긴 상황이라 뭐라 토를 달 이유가 없어 그냥 넘어갔다.

다소 찜찜한 가운데 3개 홀이 더 지났고 파3의 8번홀에 섰다. 문제의 그녀는 티 샷을 물 속으로 날렸다. 나가서 치라는 걸 그녀는 끝끝내 티잉 그라운드에서 다시 티 샷 했다. 공은 온 그린되지 못했고 다음 샷도 짧아 2퍼팅을 해야 했다.
“에이, 양파네…” 이번 셈은 맞았지만 왜 티잉 그라운드에 티 샷을 다시 해서 한 타 손해 봤는지 의아했다.

다음은 파5의 9번홀.
페어웨이 양 옆으로 깊은 숲이 빽빽한 홀이었다. 더블보기도 좀처럼 하지 않던 그녀는 전 홀의 더블파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지 온 몸에 힘이 들어갔고 미처 양 팔이 붙어 오지 못한 가운데 몸통이 빠지는 바람에 완벽한 슬라이스 샷을 내버렸다. 공은 숲 속으로 날아가 버렸지만 캐디들이 OB 구역은 아니라고 하자 그녀는 가보겠다고 했다.

급하게 숲 속으로 뛰듯 걸어가던 그녀. 한참을 헤맸지만 공을 찾지는 못했다. 그리고 3번 더 샷을 한 뒤 온 그린, 2퍼팅으로 홀 아웃…. 혼자 씩씩대던 그녀는 “또 더블보기야, 에잉”했다.

엥? 더블보기라니.
씩씩대는 그녀에게 더블보기요? 하고 차마 물어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기 판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마침 그녀 편이었던 나이 지긋한 부인이 한마디 던졌다. “잘 세봐. 내가 보기엔 트리플 보기라 우리가 진 거 같은 데…”

그랬다. 그녀는 진짜 몰랐다. OB와 로스트 볼, 해저드 등이 모두 벌타 감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 그게 몇 타짜리 벌타인지, 다음 샷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녀는 몰랐다. 셈 법이 이상해도 아무도 그녀에게 토를 달지 않았다. 미스 샷이 워낙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날 나이 지긋한 부인을 동반하기 전까지 그녀가 늘 왕 고참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아닌데요!”하고 나설 수가 없었다는 게 동생들의 설명이었다.



난데 없이 벌타를 둘러싼 토론이 벌어졌다. 당황한 그녀가 어째서 그러냐며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지만 평소 하고 싶은 말을 참아 왔던 동생들이 이렇게 저렇게 한마디씩 거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녀는 OB와 로스트, 해저드 등 같은 볼로 플레이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모두 1벌타씩 더해왔노라고 했다. 골프를 배울 때 선배들이 “그냥 한 타 먹고 나와서 쳐”라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파3홀에서 티 샷이 해저드에 빠지면 “여기서 다시 쳐”하는 바람에 늘 티잉 그라운드에서 다시 샷을 했다. 그녀는 배운 대로, 선배들의 말만 철썩 같이 믿었던 것이다.

그녀의 셈법은 한편으로는 맞다. OB나 로스트, 해저드 등일 경우 벌타는 모두 1타이기 때문이다. 다만 OB나 로스트일 경우는 원래 샷했던 장소에서 다시 쳐야 하고, 해저드는 볼이 물에 들어간 지점 뒤쪽까지 나가서 샷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

그러니까 OB나 로스트가 났을 때 원래 지점에서 샷하면 3타째지만 볼이 사라진 곳까지 걸어 나가면 그 나간 거리를 1타로 쳐서 4타째가 되는 것이다. OB나 로스트의 벌타가 2타라고 말하는 이유는 보통 OB티잉 그라운드나 동반자들의 볼이 있는 곳 등까지 한참 걸어나가서 다음 샷을 하기 때문이다.

해저드에 볼이 빠진 경우는 볼이 들어간 지점 뒤쪽까지 걸어가도 벌타가 없는데 8번홀에서 굳이 티잉 그라운드에서 다시 샷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 티잉 그라운드보다 한참 앞인 해저드 뒤쪽에서 다음 샷을 했을 경우 온 그린시켰을 확률이 아주 높으니까.

그렇게 서로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입으로 꺼내 말하지 못했던 궁금증이 정리되자 그녀가 한마디 했다. “그냥 한 타 먹고 나와서 치라는 말 쉽게 할 게 아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