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골프)빼기 혹은 더하기

by김진영 기자
2009.12.01 10:25:03

[이데일리 김진영 칼럼니스트] "아이고, 나 죽네…" 김씨의 신음이 시작됐다.

골프 시작한 지 3년… 처음 골프장에 나갔을 때 내내 공이 떠서 다니는 것을 보고 친구들은 ‘신동 났다’고 난리를 피웠다. 머리 얹으러 온 사람 중에 처음부터 끝까지 지면에서 1m이상 볼을 띄워서 플레이를 한 사람은 너 밖에 없다며 호들갑 떠는 친구들에게 깜박 속아 밥도 사고 술도 사면서 즐거워했던 김씨였다.

그럼 그렇지, 내 운동신경이 어떤 신경인데… 축구면 축구, 농구면 농구, 또 탁구에 배드민턴, 테니스 등등 못하는 것 없이 다 해왔는데 골프라고 별 거 있겠나. 그렇게 기세 등등했던 김씨였다.

그런데 지금 김씨는 ‘나 죽네’를 연발하고 있다. 머리 얹은 날 이후 계속 볼이 떠서 날아 다니긴 했지만 춘향이 그네 타듯 살포시, 살포시, 아주 조금씩만 날아가는 게 문제였다. 친구들처럼 뻥뻥 시원하게 질러보고 싶었던 김씨는 어느 날부터 아주 작정을 하고 공을 패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통에 라운드 한번 하고 나면 삭신이 쑤셔 죽을 지경이 됐다. 또 공은 왜 그렇게 사정없이 휘어 도는지 ‘공 찾아 삼만리’하느라 전장 7000야드 정도 되는 골프장에서 그 2배 이상은 너끈히 걸어 다닌 것 같았다.

샷 할 때마다 매서워지는 캐디 눈총도 겁나서 김씨는 이제 처음 샷할 때처럼 춘향이 그네 굴리듯 부드럽게 해보려고 애쓰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일단 어드레스 하면 팔과 어깨, 손목에 웬 힘이 그렇게 빡 들어가는지….

누군가 골프는 힘 빼는 거 배우는 운동이라고 하더니만 그게 농담이 아니었나 보다. 또 다른 누군가가 힘 빼는 데 3년이라고 했는데, 3년 다 보내고도 왜 힘이 빠지지 않는지 속이 터질 지경이다.

김씨는 갖은 방법을 다 써봤다. 동반자들이 짜증이 날만큼 왜글(Waggle: 스트로크(stroke)를 하기 전 클럽을 가볍게 좌우나 앞뒤로 흔들어보는 동작)을 오래 해보기도 하고, 어드레스 취하자마자 스윙을 하기도 하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 몸을 흔들다가 그냥 스윙 동작에 들어가기도 하고….

하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스윙에 들어가면서 "힘 빼자, 힘…" 아무리 주문을 외워도 어깨와 팔, 손목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자연스럽게 코킹이나 릴리스가 되지 못했고, 임팩트가 정확하게 되지도 않았다. 라운드 전날이면 자면서도 "힘 빼자, 힘 빼자" 하고 잠꼬대를 할 지경이다. 몸은 아파서, 마음은 괴로워서 죽을 지경 그 자체였다.



그러다가 김씨는 ‘우리 뇌는 부정의 단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구절을 읽었다. 긍정의 마인드를 강조하는 여러 책에서 거듭 발견한 구절이다. 마이너스 통장을 바라보며 ‘마이너스를 없애야 돼’ 하고 생각하면 마이너스가 계속 커진다는 것이다. 그걸 극복하려면 마이너스 통장은 아예 잊고 터질 듯 지폐가 가득 찬 지갑을 가지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라는, 아니 상상을 넘어 그걸 믿어야 한다는 그런 말이었다.

골프를 위한 마인드 컨트롤 책에서도 유사한 대목을 찾을 수 있다. 헤저드에 볼을 빠뜨리지 말자고 생각하면 뇌는 헤저드만 각인해 볼을 그리로 보낸다는 것이다. 헤저드를 아예 잊고 저 너머 페어웨이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논리로 따지면 김씨는 ‘빼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자신의 뇌에게 ‘힘’을 계속해서 주입시키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힘 빼는 주문은 뭔가. 뇌가 빼기를 인식하지 못하니 힘이라는 말 자체를 생각하지 말아야 하나. 그것도 좋지만 가장 신경 쓰이는 단어를 아예 잊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힘을 주되 팔이나 어깨 등 불필요한 곳이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주는 것이 방법이다.

아랫배!
척추를 중심 축으로 몸을 돌리는 것이 스윙이라고 하지만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척추를 축으로 여기며 스윙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아랫배는 몸 앞쪽에 있고 두툼한 살 때문에 느끼기도 쉽다. `힘!` 하고 기합 한번이면 단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김씨는 빼는 주문 대신 더하기 주문을 외기로 했다. 대신 그전에 신경 썼던 어깨와 팔은 버리고 아랫배, 즉 단전만 생각하는 것이다.

‘단전에 힘!’ 하고 더하기 주문을 외면 팔과 어깨의 힘 빼기는 생각보다 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