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벤저민 그레이엄과 워렌 버핏

by하상주 기자
2006.11.07 12:20:00

[이데일리 하상주 칼럼니스트]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1934년에 <증권분석>이라는 두꺼운 책을 썼다. 이 책은 그 후 약 70년 동안 가치투자의 교본으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그는 가치투자의 영원한 스승으로 인용되고 있다. 이 책에는 그레이엄이 1914년에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겪은 증권 배달업무, 가격 기록업무, 영업, 증권분석, 그리고 투자업무 등 20년 동안의 온갖 경험이 하나의 투자이론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레이엄은 1928년에 자신의 모교인 컬럼비아 대학 야간과정에서 투자론을 강의했다. 이 강의의 내용을 모은 것이 바로 <증권분석>이라는 책이다. 강의를 시작한 지 6년 만의 일이다. 이를 시작으로 그는 약 28년 동안 강의했다. 당연히 그의 강의를 듣거나 그와 같이 일한 많은 제자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학생이 바로 워렌 버핏이다.

가치투자라는 투자방식이 만들어지고 난 후 70년이 흐르는 동안 당연히 그 내용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이제 가치투자를 대표하는 이 두 사람의 구체적인 투자사례를 보고 가치투자 방식의 내용에서 변한 것은 무엇이며, 아직도 변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살려보기로 하자.



사례1: 구겐하임 개발회사

구겐하임은 여러 개의 구리 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모회사였다. 1915년에 이 회사는 주주들에게 자회사의 지분을 나누어 주겠다고 공시했다. 그 당시 구겐하임의 주가는 68.88달러였다. 그레이엄은 자회사의 주식가격을 근거로 구겐하임의 적정 가격을 계산했다. 76.23달러가 나왔다. 그레이엄의 분석에 근거해서 그 당시 그레이엄이 근무하고 있던 회사 뉴버거는 많은 양의 구겐하임 주식을 사서 큰 돈을 벌었다.

사례2: 듀퐁과 지엠

듀퐁은 잉여 자금으로 지엠 주식을 많이 샀다. 그러나 듀퐁의 시가총액은 듀퐁이 가진 지엠의 시가총액 지분보다 더 낮았다. 그레이엄은 지엠의 주가가 고평가되어 있거나 아니면 듀퐁의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레이엄은 시장이 이 불균형을 조정할 것으로 보고 듀퐁 주식을 사고, 지엠 주식은 빌려서 팔았다. 곧 듀퐁의 주가가 올랐다. 그는 듀퐁 주식에서 시세차익을 보고, 지엠 주식은 시장에서 사서 되갚았다.

사례 3: 노던 파이프 라인

1920년대에는 석유 송유관 회사들이 우량 철도 회사 채권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 중에서 그레이엄이 주목했던 회사는 노던 파이프 라인이었다. 1928년 당시 노던 파이프 라인 주가는 65달러였다. 그레이엄이 특별히 이 회사에 신청하여 받은 50페이지의 자료를 분석하여 계산한 결과 보유 채권의 평가를 포함하면 약 95달러의 가치가 있었다.

그레이엄이 보유 채권을 팔아서 주주에게 현금을 나누어 주라고 요구했으나 회사는 그레이엄을 보고 “회사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사 주식을 팔면 그만 아니냐”고 응답했다. 그레이엄은 1928년 주총에서 약 38%의 투표권을 모아 자기편의 이사 2명을 뽑고, 주당 70달러를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사례1: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1963년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한 자회사가 샐러드 오일을 잘못 팔아서 수억 달러의 손해를 보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가는 62.38달러에서 35달러로 크게 떨어졌다. 이 때 버핏은 이 회사의 프렌차이즈(franchise) 가치, 즉 신용카드와 해외여행자 수표 사업에 주목했다. 그는 수요자들이 이 회사를 계속 믿을 것이며, 회사는 이번 사건을 잘 넘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1965년에 이 회사의 주가는 73.5달러로 올랐다.

사례2: 디즈니

워렌 버핏은 1966년에 디즈니 지분 5%를 400만 달러에 샀다. 주당 평균 53달러였다. 이는 그렇게 싼 값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이 당시 디즈니가 만든 만화 “White”, “Swiss Family”의 가치를 본 것이다. 이것은 디즈니의 장부에 올라가 있지 않았다. 10년 후 처음 투자금액 400만 달러는 10배 이상 늘어난 4400만 달러가 되었다.



그레이엄은 독립된 투자 회사를 운영한 시절, 직원들이 회사를 추천하면서 그 회사 제품을 설명하면 곧 지루하게 여겼다. 그에게는 회사의 제품이 무엇이며, 경영자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의 투자사례에서도 보았듯이 회사는 구체적으로 계산 가능하고 현실적인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하고, 이 가치가 시장 거래 가격보다 낮아야만 투자를 했다. 그는 채권이나 우선주처럼 미래 소득이 거의 확실한 증권에 투자하기를 좋아했다. 그는 주식에 대한 투자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이 위험이 거의 없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만 주식에 투자했다.

그레이엄이 이런 투자방식을 고집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1929년 대공황 이전에 일반적인 투자방식은 매우 투기적이었다. 그는 투자를 투기와 구분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돈을 버는 것보다 원금을 보존하는 것을 투자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929년 대공황 이후에는 주식 가격이 너무 많이 내려가서 회사가 가진 구체적인 가치보다 주가가 더 낮은 경우가 많았다. 즉 그레이엄 방식의 투자가 효과를 잘 낼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러나 워렌 버핏이 활동하는 시기에 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재무제표를 보고 가치보다 주가가 더 싼 회사를 찾아내기는 점차 어려워졌다. 즉 다른 사람들도 그레이엄의 방식을 따라서 투자했기 때문이다. 워렌 버핏은 점차 그레이엄의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회사의 사업내용이나 경영자의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가 지금 장부에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회사의 미래 수익을 만들어낼 무형의 가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레이엄에서 워렌 버핏에게로 가치투자의 계보가 이어지면서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가치의 근거를 찾아내는가는 변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은 가격이 가치보다 낮은 경우에만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

*이 글을 쓴 하 대표는 <영업보고서로 보는 좋은 회사 나쁜 회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홈페이지 http://www.haclass.com으로 가면 다른 글들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