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현장)조흥행장, `적(?)과의 동석`

by오상용 기자
2003.06.19 01:52:09

밤이 찾아든 조흥은행 파업장

[edaily 오상용기자] ○..총파업 투쟁을 위해 조흥은행 본점에 집결한 노조원 6000여명은 파업 이틀째 밤을 맞이했다. 18일 밤 11시 총파업 문화제를 끝낸 노조원들은 본점 사무실 바닥과 복도에 지친 몸을 누이고 잠을 청했다. 한낮 뜨거웠던 농성장의 지면위로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고, 농성장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앉은 노조원들은 빵과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며 내일의 투쟁일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틀 동안 애들 얼굴을 못봤다"는 한 노조원은 몰려드는 피곤함과 답답한 심정을 담배연기에 실어보냈다. 노조는 19일 오전 9시 분회별 회의를 열어 파업대오를 가다듬고 오후 3시 결의대회 및 오후 7시 전날 일정대로 문화제를 연다. ○..18일 밤 늦게 기자들과 만나 말문을 연 홍석주 행장은 조흥은행의 독자생존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부의 주주권을 존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량은행으로 손 꼽혔던 조흥은행이 지난 97년 IMF외환위기로 쌍용 대우 한보 등 거래기업이 무너지면서 덩달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젠 정상궤도로 들어섰다며 독자생존을 주장하는 노조원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며 안타까워했다. ○‥홍 행장과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은행장과의 오찬간담회 행사장에 참석하기 위해 같은 차에 올라 화제를 낳았다. `적(?)과의 동석(同席)`이 이뤄진 셈. 조흥은행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의 배정에 따라 두 사람이 같은 차에 동석한 것으로 안다며 어색한 상황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노조원들의 삭발 행진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졌다. 본점 각층 화장실은 삭발 후 머리를 감는 노조원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였다. 노조 관계자는 파업결의를 다지기 위한 노조원의 삭발은 내일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