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김경순 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마친 후 자수성가를 한 사람이다. 이제 나이가 50대를 지나고 있는데 일에 집중하다보니 결혼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자산은 이미 수십억원에 이르러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고, 다른 남매들은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주변의 갑작스러운 죽음들을 보면서 자신도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경순 씨는 죽은 후 자신의 자산이 그냥 있으면 조카들이 다 가져간다는 말을 듣게 됐다. 평소 연락도 않는 조카들이 자신이 평생 만든 자산을 가져간다는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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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인 사람의 걱정은 자신이 갑자기 죽은 후에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평생 일궈놓은 재산을 사후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이러한 1인 가구의 증가와 그들의 죽음 이후의 처리방법에 대해 사회가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때다.
김경순 씨 사례에서 유언 없이 사망하는 경우에 부모가 없으므로 상속은 형제자매들에게 간다. 그리고 형제자매들이 사망한 경우에는 조카들에게 상속권이 넘어간다. 만약 그래도 상속인이 없다면 1년 이상 수색공고 이후에 국가에 재산이 귀속된다. 뇌출혈이나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한 경우에는 자신과 평소 연락도 없거나 관련이 없는 자에게 재산이 상속될 수 있다. 그러나 1인 가구 누구도 그러한 상황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1인 가구인 자들의 재산을 자신들의 의사에 따르고, 사회에도 유익하게 처분되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일본의 경우 ‘유언서 보관법’이라는 것이 있어서 일본 법무부가 자필 유언장을 신고하면 보관해준다. 그래서 나중에 국가가 상속인이나 관련자들이 유언장 확인 청구를 하거나 유언장을 분실하더라도 유언장의 존재를 증명해 준다. 우리 민법도 유언장 보관이나 등기제도를 도입해 행정센터나 법원에 유언장을 간편하게 등록하게 하고, 사망 시에는 등록한 유언장만 효력이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유언은 언제든지 내용의 변경이 가능하므로, 유언자가 수시로 편하게 등록을 하도록 하면 나중에 분실되거나 훼손될 가능성이 없게 된다.
금융기관에 유언신탁이나 유언대용신탁을 한 경우에도 수탁자가 유언자가 체결한 신탁계약서에 따라서 유산을 관리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헌법재판소에서 형제자매에 대한 유류분을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이제 형제자매가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김경순 씨 같은 1인 가구가 유언을 하거나 유언신탁을 하는 경우에 그 유언의 취지대로 집행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평소에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싶거나, 좋은 일에 유산을 쓰고 싶다면 그러한 내용을 유언장에 담거나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유언장의 경우에는 그 집행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유언집행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민법의 유언집행자의 역할에 대한 규정이 오래되고 구체적이지 않아서 문제가 있다. 앞으로 유언집행자의 역할이 증대될 수밖에 없으므로 유언집행자의 업무 범위, 감독체계, 보상절차 등에 대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입법이 필요하다.
1인 가구인 사람이 치매에 걸리거나 거동이 불편한 경우에 이를 보호할 제도로 성년후견제도가 활성화될 필요도 있다. 임의후견제도는 피후견인과 계약으로 후견인이 최소 범위 내에서 업무를 대행할 수 있다.
또한 1인 가구에게 일반입양이 아닌 친입양을 통해 자신이 낳은 자식이 아니더라도 입양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친입양제도는 부부만 할 수 있으나 양육능력이 있는 1인 가구라도 친입양을 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혀주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에게 상속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방법들을 도입함으로써 1인 가구가 자신의 유산을 살아있는 사람이나 사회에 좋게 쓰일 수 있도록 유도함이 바람직하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