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긴 싸움 끝에 드디어 답이 나왔습니다. 정의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정명석 씨에게 징역 17년이 확정된 것으로 제가 받은 상처와 고통이 온전히 치유되거나 보상되진 않겠지만, 더 이상 새로운 피해자가 없도록 하고 싶었다는 목적은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 씨(80)로부터 성폭행당한 홍콩 국적의 피해 여성 메이플(30)은 정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내려진 당일인 9일 서울 서초구 한국 콘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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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동안 정신적으로도 힘들었고, 뉴스가 퍼지면서 직장을 못 찾아 앞날도 막막했다”며 “그런데 모든 게 끝났으니 이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피해자들에게 ‘저도 끝냈으니까 끝낼 수 있다,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에는 JMS 피해자를 지원해온 김도형 단국대 교수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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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2018년 2월~2021년 9월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17차례에 걸쳐 메이플을 추행·성폭행 하고, 호주 국적의 여신도를 5차례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정 씨는 자신을 ‘메시아’로 부르며 신도들을 세뇌한 상태에서 마치 종교적 행위인 것처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은 정 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1심은 “정 씨는 스스로를 메시아로 칭하며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었으며, 피해자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에 따라 산출된 권고형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며 징역 17년으로 감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