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어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귀 한쪽이 안 들리더라” 경기도 의정부 대학병원에서 일하던 새내기 간호사가 생전 지인들에게 한 말이다. 이 간호사는 대학을 졸업한 뒤 취직한 병원에서 입사 9개월이 되던 무렵 23살의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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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이 메시지를 보낸 지 약 한 달 뒤인 지난 16일 병원 기숙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지난 7월 급여명세서에는 한 달에 10만 원씩 지급되는 식사비 중 고작 4200원을 사용한 흔적이 남아 있다. 그는 생전 동료에게 “진짜 오랜만에 밥 먹어봤다”라고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이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20명이 넘는 환자를 혼자 담당해야 했다. 동료 간호사 B씨는 “전체 환자 수가 전 병상이 찬다고 하면 44명이다. 혼자서 44명 처치를 다 해야 하니까, 너무 뛰어다녀서 발목이 좀 이상해졌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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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병원을 그만두고자 상사에게 퇴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상사는 근로계약서를 내세워 이를 거절했다. 상사가 내밀었던 근로계약서에는 퇴사 시 두 달 전에 통보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병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유족 측은 A씨가 12월 초 그만두겠다는 의사 표현이 거부당하자 심한 좌절감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료 간호사는 “그 전날에도 너무 힘들었다는 말을 너무 해맑게 했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라며 “지금도 솔직히 안 믿긴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해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20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 관계자는 “A씨가 팀장과 상의했을 뿐 사직서를 내진 않았고, 실제 퇴직을 원하면 모두 받아줬다”라며 “진상 규명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