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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엿’은 옛말…‘저당·고단백·실용’으로 무장한 수능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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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5.11.04 16:17:22

편의점, ''저당·제로'' 197% 폭증…''합격엿''은 실종
기업들도 ''건강+실용'', ''의미 재해석''으로 응답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다가온 가운데 ‘합격 기원’ 선물의 공식이 완전히 깨지고 있다. ‘시험에 붙으라’는 의미로 선물하던 엿과 찹쌀떡 등 전통적인 합격 기원 상품의 시대가 저물고, 수험생의 컨디션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저당·고단백’ 및 건강 기능성 상품이 그 자리를 빠르게 꿰차고 있다.

2026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10대들 사이에서 인기인 저당, 제로, 단백질 간식 상품이 큰 매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GS리테일)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19일부터 31일까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와 GS리테일의 GS25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트렌드 변화가 극명히 나타났다.

먼저 GS25의 매출 추이를 보면 전통적인 수능 선물인 찹쌀떡은 전년동기 대비 8.3% 신장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빚은 제주우유대박찹쌀떡’ 등 간식처럼 즐길 수 있는 디저트형 찹쌀떡이 인기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신흥 강자로 떠오른 건강 및 기능성 상품의 신장률은 폭발적이다. 10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저당·제로’ 음료 및 간식은 197.4% 폭증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수험생의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죽·스프류(153.2%)와 면역력 관리를 위한 건강기능식품(87.0%)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건강기능식품 중에서는 알약과 액상을 한 번에 섭취하는 ‘이중제형상품’ 및 ‘앰플형 드링크’(51.9%)가 실용성과 편리함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힘입어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단백질 스낵·음료(22.0%), 기능성 젤리·비타민(14.7%) 등 건강 관련 상품군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CU 역시 비슷하다. 찹쌀떡 매출액 증가률은 8.4%로 GS25와 비슷한 수준의 신장률을 보였으나, ‘합격엿’은 수능 마케팅의 중심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지난해 합격엿을 판매하지 않았으며, 올해 구색 맞추기로 1종을 도입했으나 현재까지 판매량은 5000개 미만에 그쳤다. 합격엿이 사실상 상징적인 의미만 남고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빈자리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채웠다. 수험생의 기력 보충을 위한 단백질바(28.7%)와 단백질음료(12.9%)가 꾸준히 팔려나갔고, 건강기능식품인 비타민류(64.7%)와 홍삼류(19.8%)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 합격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선물 대신, 수험생의 컨디션 조절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건강 지향적, 실용적 상품을 찾는 트렌드가 명확해졌다”며 “특히 건강 관리에 익숙한 10대들의 소비 성향이 수능 마케팅에도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농심이 ‘만점기원 양파링 한정판’을 선보였다. (사진=농심)
식품 대기업들의 수능 마케팅도 이러한 트렌드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다. 정관장은 수험생용 ‘아이패스 에너지샷’ 구매 시 학습에 필요한 ‘수능 샤프’를, hy는 ‘발효홍삼 K 스틱’ 등 건강식품 구매 시 시험장에서 유용한 ‘수능 합격 손목시계’를 증정한다. 단순 건강식품을 넘어 수험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굿즈’를 결합한 전략이다.

전통 상품을 피해 수험생들의 합격을 응원하는 수요를 조준한 상품도 내놨다. 파리바게뜨는 찹쌀떡 대신 프랑스 디저트 ‘붓세(Bouchee)’를 한 번에 붙으라는 의미의 ‘한 입에 붙세’로 네이밍해 주력으로 내세웠다. 농심 역시 엿 대신 정답(O) 모양을 형상화한 ‘양파링 수능 패키지’를 한정 출시하며 과자 모양에 ‘정답의 상징’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본죽은 ‘불낙죽’ 등 시즌 메뉴를 ‘수능 합격죽’으로 브랜딩하고 사전 예약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속 편한 건강식’ 수요를 공략했다. 대형마트에서는 기존 초콜릿 매대 전면에 오리온 ‘닥터유 단백질바’ 등 에너지 보충용 제품을 배치하며 ‘당 충전’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험생 선물 시장이 합격을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수험생의 컨디션 조절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완전히 재편됐다”며 “건강 관리에 익숙한 Z세대 수험생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40대 학부모 세대의 니즈가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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