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뒤집힌 '주호민 아들 사건'..몰래녹음 효력 없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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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민 기자I 2025.05.13 17:01:33

항소심 재판부, 원심 200만원 판결 파기하고 무죄 선고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 증거 사용할 수 없어"
주호민 "굉장히 속상하지만, 법원 판단 존중"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씨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쟁점이 됐던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이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인정되지 않은 결과다.

웹툰작가 주호민이 지난해 2월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3일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부장판사 김은정 강희경 곽형섭)는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선고 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해 아동 모친이 자녀 옷에 녹음 기능을 켜둔 녹음기를 넣어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이뤄진 피고인과 아동의 대화를 녹음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런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하므로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교실에서 당시 9세였던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해당 사건은 주호민씨 부부가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을 바탕으로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앞선 1심 재판부는 주씨 부부가 녹음기를 통해 몰래 녹음한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특수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이같은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는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고 녹음자가 모친인 점을 볼 때 피해 아동이 모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타당하다고 주장하지만, 피해 아동과 모친은 엄연히 별개의 인격체”라며 “모친의 녹음행위와 피해 아동의 녹음행위가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에는 주호민 씨와 그의 아내도 참석했다. 주씨 부부는 선고 직후 뒤집힌 판결에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판결 후 취재진과 만난 주씨는 “장애아동이 (학교에서) 피해를 봤을 때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어렵다는 걸 이번 판결을 통해 느낀다. 여러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굉장히 속상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A씨의 법률대리인 김기윤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는 “오늘 선고는 (갈등이 있다면) 학교 교사와 먼저 대화하고 해결해야 해야지 아동학대 정황도 없이 이렇게 한 행위(몰래 녹음)에 대해 법원이 경종을 울렸다는 게 제 생각”이라며 “오늘 재판이 유죄가 나왔다면 전국 교사들은 몰래 녹음 당하는 교육 환경에서 애들을 가르쳐야 한다. 앞으로는 교사들이 안정적으로 편안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씨는 김 변호사를 통해 “저를 지지해준 전국 교사와 학부모들, 경기도교육감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전했으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제라도 특수교육 현장을 깊이 헤아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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