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NCC 매각 임박…속도 내는 석유화학 구조재편

김은경 기자I 2024.12.10 16:13:32

쿠웨이트와 JV 설립 협상 막바지
‘NCC·PO’ 지분 매각해 현금 확보
범용제품 한계…고부가 위주 재편
비상계엄에 정부 지원책은 안갯속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LG화학의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매각이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만간 지분 매각을 확정하고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매각을 통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한계에 다다른 국내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쿠웨이트석유공사(KPC)의 자회사 PIC와 진행 중인 여수 NCC 2공장 매각 협상이 최근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양사는 조만간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LG화학이 지분 51%, PIC가 지분 49%를 나눠 갖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양측은 최종까지 ‘지분율 1%’를 두고 저울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 점유율 1등의 기준점이라 할 수 있는 지분 51%만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투자자를 확보해 유동성 부담을 덜어내는 한편, 추후 업황이 되살아났을 때를 대비해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국내 1·2위 업체인 LG화학(051910)과 롯데케미칼(011170)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각각 330만톤(t), 233만t인데 현재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여수 NCC 2공장 생산능력은 약 80만t에 달한다.

LG화학 전남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전경.(사진=LG화학)
LG화학은 NCC 2공장과 함께 기초유분인 폴리올레핀(PO) 생산시설까지 함께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2018년 2조6000억원을 들여 여수에 NCC와 PO 생산시설을 함께 증산했다. NCC 가동 시 PO가 함께 생산되는 만큼 두 시설 지분을 함께 매각해 생산 효율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최근 석유화학 업계는 업체들이 다방면으로 설비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사업 경쟁력이 약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매각 작업조차 쉽지 않은 형편이다. LG화학 NCC 2공장 매각 논의가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은 공장이 비교적 최근에 지어졌고 회사가 업스트림부터 다운스트림까지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 업스트림 업체인 롯데케미칼처럼 범용 위주 설비를 보유한 곳들은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체 매출에서 기초화학 사업 비중이 68%에 달하는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이를 30% 이하로 축소한다는 목표다.

업계에선 이번 LG화학의 지분 매각이 국내 석유화학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거래가 성사돼야 다른 업체들도 매각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책은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정부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이르면 이달 제도적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각 부처가 마비되면서 불투명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석유화학 산업 재편안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닌 업체별 자구안 마련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인 데다, 최근 계엄 사태까지 더해져 업체들이 ‘각자도생’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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