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밝힌 발언이다. 취임 이후 사흘 만에 국제무대에 선 그는 ‘미국 내 공장을 지은 기업에는 혜택을, 그렇지 않으면 관세’라는 메시지를 비교적 명료하게 던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순차적으로 꺼내 든 관세 발언은 이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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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반도체의 경우 설계기술(팹리스)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설은 대만, 한국에 비해 약세다. 한 때 ‘반도체의 왕’이라고 불렸던 인텔은 파운드리 재건에 나서겠다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오히려 경영이 악화하면서 매각 위기에 놓여 있다. 자동차의 경우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완성차인 포드, GM 등은 일본과 유럽차에 밀린 지 오래다. 의약품의 경우 화이자,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기업 다수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연구개발(R&D)을 하고 있지만, 제약 원료 및 생산 공정 상당 부분은 인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카드’를 적극 활용해 미국 내 제조업 공장 부활을 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글로벌기업들은 결국 미국 내 생산 및 투자 확대로 트럼프 레이더망에서 빠져나갈 플랜을 짜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인텔의 일부 사업 부문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TSMC는 이미 미국 내 생산공장을 확대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TSMC가 위기에 빠진 인텔 지분 투자를 하면서 낙후한 미국의 첨단 제조공정을 신속하게 강화시키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기아,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워싱턴 D.C.의 정책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해 미국 내 생산 및 투자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제조비용 상승과 국내 생산 감소에 따른 노조와의 갈등 가능성이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