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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데이터에 끌려다니지 마십시오[문성후의 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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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6.02 11:00:03

■조직문화를 깨우는 리더십 인사이트(56)
AI는 지도일 뿐, 목적지는 당신이 정하라
그럴듯함과 옳음 사이, 그 간극을 직시하라

[문성후 경영학박사·외국변호사] 공자의 말씀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언근지원’(言近旨遠).

말은 가깝고, 뜻은 멀다. 쉬운 말 속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뜻입니다. 알아듣기 쉬운 표현인데 그 안에 담긴 내용은 한없이 깊고 오묘하다는 말이지요. 저는 이 네 글자가 요즘 우리가 인공지능(AI)을 대하는 방식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내뱉는 말은 매우 가깝습니다. 빠르고, 친절하고, 그럴듯합니다. 그런데 그 말 뒤에 담긴 뜻의 깊이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AI의 답변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뜻은 얼마나 깊어야 할까요?

데이터는 지도입니다, 목적지가 아닙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AI를 씁니다. 사용하지 않는 분들은 오히려 뒤처질까봐 조바심을 내십니다. 이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AI는 분명 강력한 도구이고, 잘 활용하면 업무 생산성이 몇 배로 뛰어오릅니다. 하루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의 양이 달라지고, 자료 수집에 쏟던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도 합니다. 이 변화를 모른 척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분명히 현명한 태도가 아닙니다.

그러나 AI가 생성한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그대로 받아 쓰는 것, 그것은 활용이 아니라 ‘의존’입니다. 지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길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도를 읽을 줄 알고, 현재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파악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비로소 그 지도가 쓸모를 갖게 됩니다. AI가 내미는 데이터는 지도입니다. 그 지도를 펼쳐두고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결국 여러분 자신이어야 합니다.

‘그럴듯함’과 ‘옳음’은 다릅니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가장 무서운 특성은 ‘그럴듯함’입니다. 형식이 정갈하고, 논리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숫자도 있고, 근거도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별다른 검토 없이 받아들이십니다. 보고서에 붙여 넣고, 발표 자료에 옮기고, 심지어 중요한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기도 합니다. 그런데 AI는 본질적으로 ‘패턴 기계’입니다. 수많은 데이터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학습하고, 그 패턴에 맞게 답을 생성합니다. 즉, AI는 ‘가장 많이 등장한 것’, ‘가장 자주 연결된 것’을 조합해 내놓습니다. 이것이 반드시 ‘진실’이거나 ‘최선’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AI는 지금 이 순간의 현장을 모릅니다. 여러분의 고객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팀 내 분위기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이번 프로젝트가 회사 내부에서 어떤 정치적 맥락을 지니는지, AI는 알지 못합니다. 오직 여러분만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언근지원(言近旨遠). AI의 말은 가깝지만, 그 뜻을 제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은 결코 가깝지 않습니다. 깊은 사유가 필요한 일입니다.

통찰이란 무엇인가

저는 24년간 금융감독원, 두산, 포스코, 현대차그룹 등 다양한 조직에서 일했습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가장 선명하게 배운 것이 있다면, 조직에서 오래 살아남는 사람과 일찍 도태되는 사람의 차이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보를 많이 가진 사람이 반드시 탁월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보가 넘쳐흐르는 환경에서도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 빛을 발했습니다.

통찰(洞察)이란 무엇입니까. 글자 그대로 ‘꿰뚫어 보는 것’입니다. 표면에 드러난 현상 너머에 있는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숫자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욕구와 두려움을 읽어내는 능력입니다. AI는 현상을 기술(記述)할 수 있지만, 그 현상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입니다. 통찰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경험과 사유가 쌓여야 합니다. 실패의 쓴맛을 겪어봐야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히며 배워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이 내면에 침전되어야 비로소 통찰이 됩니다. AI는 이 과정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AI는 오히려 이 과정을 게을리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AI를 ‘비서’로 쓰는 사람과 ‘주인’으로 모시는 사람

지금 이 순간에도 두 부류의 사람이 같은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 부류는 AI에게 문제를 던지고, 답이 나오면 그것을 그대로 가져다 씁니다. 상사에게 보고하고, 고객에게 제안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합니다. 이 사람에게 AI는 주인입니다. AI가 무엇을 말하느냐가 곧 이 사람의 생각이 됩니다.

다른 한 부류는 AI를 먼저 자기 손으로 다룹니다. 이미 스스로 문제를 어느 정도 생각해 두었습니다. AI에게 묻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거나 빠진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AI의 답변이 자신의 판단과 다를 때, 왜 다른지를 따져봅니다. AI의 말에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립니다. 이 사람에게 AI는 비서입니다. 매우 유능한 비서이지만, 최종 판단은 자신이 내립니다.어떤 사람이 더 오래가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AI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한 존재가 되겠습니까.

자신만의 뜻을 세우십시오

공자는 이 말을 통해 단순히 말의 수사적 가치를 이야기한 것이 아닙니다. 표면적인 이해에 머물지 말고, 그 너머의 깊은 뜻을 탐구하라는 주문이었습니다. 쉽게 보이는 것 안에 얼마나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읽어낼 수 있어야 진정한 지혜라는 것입니다.

AI가 내놓는 답변은 언근(言近), 말이 가깝습니다. 누구든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되어 있고,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지원(旨遠), 뜻은 멀어야 합니다. 그 데이터를 해석하는 여러분의 시각이 깊어야 하고, 그것을 적용하는 여러분의 판단이 원대해야 합니다.

AI를 쓸 때 한 가지 습관을 들이십시오. AI의 답변을 받으면, 그것을 바로 쓰기 전에 딱 3분만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이 답변에서 AI가 놓친 것은 무엇인가?’ ‘우리 조직의 맥락에서 이것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내 경험상 이것이 정말 맞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십시오. 처음에는 번거롭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 3분이 쌓이면 여러분만의 통찰력이 됩니다. 아무도 AI에게서 가져다 줄 수 없는, 오직 여러분만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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