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철근값 올리고, 페트병 늘리고…'트럼프 관세' 대비하는 기업들

김상윤 기자I 2025.02.12 15:12:25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계획에 생존전략 마련
코카콜라 CEO “플라스틱 포장 음료판매 확대 계획”
美철강업체 뉴코어, 열연코일 가격 재빨리 인상
그리핀 “기업 장기적 자본투자 타격받을 것”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양지윤·정다슬 기자] 철강업체 뉴코어가 11일(현지시간) 철근 가격을 2% 인상했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벌써 3차례 인상을 단행, 총 10% 가격을 올렸다. 코카콜라도 음료 포장제를 알루미늄 캔에서 플라스틱 펫트병으로 확대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알루미늄과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이 생존 전략 마련에 분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 폭탄’에 기업들은 원자재 관리 등 공급망 전략과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코카콜라 CEO “플라스틱 포장 음료판매 확대 계획”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 접근성과 수요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특정 포장재의 원가가 상승하면 다른 포장재를 선택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알루미늄 캔 가격이 오르면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플라스틱 병에 담긴 음료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코카콜라는 일부 알루미늄을 캐나다에서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수입관세를 25%로 인상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관세는 내달 12일부터 부과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예외는 없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카콜라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컨티전시 플랜을 짠 것으로 해석된다.

코카콜라는 관세 영향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병 사용 확대 외에도 미국 알루미늄 공급망을 확보하거나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관세가 소비자가격을 인상하고, 곧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11일(현지시간) 통조림 수프와 야채가 뉴욕시의 한 식료품점에 진열되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하자 경제학자와 무역 전문가들은 알루미늄과 금속을 사용하는 소비재의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사진=AFP)
미 철강업체 뉴코어는 10일 캘리포니아 스틸 인더스트리즈(CSI)를 제외한 모든 생산 시설의 열연코일(HRC)의 현물가격(CSP)을 톤(t)당 790달러로 인상했다. 이는 일주일 전 775달러로 15달러 올린 데 이어 다시 15달러를 추가 인상한 것이다. 또한 CSI의 가격도 톤당 850달러로 조정했다. 이 같은 조치는 생산 비용 상승과 공급망 변화에 대응해 이윤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재고가 쌓일 수 있어 가격 인상이 계속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만은 자동차 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의 짐 팔리 CEO는 이날 미국 뉴욕에서 울프 리서치가 주최한 자동차산업 콘퍼런스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강화하고 생산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높은 비용과 혼란”이라고 비판했다.

포드는 대부분의 철강과 알루미늄을 미국에서 조달하지만, 해외에서 자재를 들여오는 협력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팔리 CEO는 “이는 결국 혼돈의 비용”이라며 “캐나다·멕시코산 철강에 대한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자동차 업계는 사상 초유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작용을 설파하기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해 연방 의원 및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 (사진=AFP)
◇억만장자 투자자 그리핀 “기업 장기적 자본투자 타격받을 것”

월가에서도 트럼프의 적대적 무역 정책이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켄 그리핀 시타델 CEO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UBS 금융서비스 콘퍼런스에서 “다국적 기업의 경우 향후 5∼20년을 내다보며 계획을 세우는 게 어려워진다”며 “특히 서방 주요국의 교역조건이 악화할 경우 장기적 자본 투자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강하게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한 뒤 원하는 것을 얻는 협상방식은 미국에 대한 신뢰를 크게 잃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협상을 이끌어 가려는 상황에서 이런 과장된 발언을 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며 “외국 기업 CEO들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미국을 무역 파트너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한 수사로 인한 피해는 이미 시작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리핀 CEO는 과거에도 관세 정책이 정경 유착(crony capitalism)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관세정책이 기업과 정부 관료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비효율적인 기업을 보호하고,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리핀은 미 공화당에 거액 정치자금을 후원해온 ‘큰손’으로도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공화당에 거액의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기 전에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최종 후보가 된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지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