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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마디에 채권금리 '출렁'…"기준금리 결정보다 영향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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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25.10.01 10:28:48

한은 총재의 커뮤니케이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기자간담회 어조 ''매파적''일수록 채권금리 상승
이창용 총재 기자간담회 중 채권시장 변동성 ↑
"중앙은행 소통 중요…통화정책 불확실성 감소 역할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재임 기간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기준금리 결정 발표보다 이후 진행되는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에 더 크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재 재임 기간 동안 금리 조정기가 있었던 배경도 있지만 명확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시장과 소통하는 스타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은행이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인 기준금리 조정뿐 아니라 기자간담회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서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기준금리 보다 총재 기자간담회에 쏠리는 ‘눈’

1일 한은에 따르면 경제연구원이 전날 발간한 ‘경제분석’에 실린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서는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 어조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일수록 국고채 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했다며, 한은의 커뮤니케이션이 통화정책의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논문은 외부 연구진인 유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조두연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 작성했다.

연구진은 2008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한은 총재의 기준금리 결정 직후 기자간담회 내용과 그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분석했다. 기자간담회 시간 동안 국고채시장 변동성이 평소에 비해 크게 확대됐으며,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는 그 차이가 미미했다.

시장 참가자들이 통화정책 발표보다 기자간담회의 내용에 더 크게 반응하기도 했다. 총재의 발언과 설명이 사전적 정책 방향 제시(Forward guidance·포워드가이던스)와 같은 비전통적 정책 수단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한은이 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2022년 10월의 경우 기준금리 발표 직후에는 국고채 금리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으나, 이창용 총재의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이 시작되면서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이 총재가 당시 기준금리 결정 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이 2명 나왔다고 발표하자,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조가 이상의 예상보다 완화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국고채 선물 가격은 20bp(1bp= 0.01%포인트) 이상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08년 8월~2023년 7월 기간 동안 총재 재임기간별 기준금리 결정과 기자간담회가 시장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 위에서부터 이성태·김중수·이주열·이창용 총재의 재임기간. (자료=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논문)


채권시장엔 이창용·주식시장엔 김중수 ‘입김’ 컸다

총재 재임 기간의 거시경제 환경과 총재 개인의 소통 특성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관측됐다.

예를 들어 이주열 전 총재와 이창용 총재 재임 기간에는 기준금리 발표 직후보다 기자간담회 중의 채권시장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기준 금리 수준 자체보다는 중앙은행의 경기 판단 및 향후 정책 스탠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상황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전 총재는 코로나19 대유행 따른 완화적 통화정책 시행 시기에, 이창용 총재는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 정책 시행 시기에 통화정책을 총괄했다.

총재의 소통 스타일에 따른 시장 영향력도 달랐다. 이창용 총재의 경우 전임 총재들에 비해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근거와 향후 정책 방향 등에 대해 명확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그의 스타일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김중수 전 총재 때는 주식시장에서 기자간담회 중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는데, 김 전 총재의 발언이 주식시장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정보를 포함했거나,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김중수 총재의 커뮤니케이션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으로 추측됐다.

유각준·조두연 교수는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시장 참여자들과 소통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기대와 반응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이러한 소통을 통해 △정책의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고 △불확실성을 줄이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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