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난개발 해상풍력 발전...'폭탄 세일' 조롱 왜 나왔을까

논설 위원I 2024.12.23 14:26:04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무질서하게 펼쳐지고 있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88개, 허가 신청 전 단계로 바다에 풍향계측기를 꽂은 프로젝트는 74개다. 총 162개에 이르는 이들 프로젝트에 사업지로 할당됐거나 할당될 예정인 바다 면적은 900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해양 영토 전체의 20%를 넘는 면적이다.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자는 최대 80㎢ 면적의 바다를 30년간 사업지로 소유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전국 바다 곳곳에서 어민들이 어장 잠식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어민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고기잡이배가 다닐 틈이 없어질 것”이라며 수산업협동조합 등을 통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업체뿐 아니라 해외 업체도 몰려들면서 해양자원 개발·이용의 주도권을 해외에 넘겨줄 위험도 지적되고 있다. 이미 사업 허가가 난 프로젝트 88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48개(55%)가 해외 업체 소유이며, 허가 획득을 추진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서는 해외 자본 관여 비중이 이보다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겉보기에는 북유럽과 북미 자본이 많지만 중국계 자본도 은밀하게 점점 더 많이 끼어들고 있다고 한다.

우리 바다를 놓고 난개발도 모자라 투기 양상까지 벌어지는 것은 정부가 사실상 선착순으로 바다를 해상풍력 사업지로 나눠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한국이 해양을 폭탄세일 중”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고 한다. 해상풍력 관리 행정 체계가 미비한 것도 원인이다. 풍력발전 사업 허가 주체는 산업부 전기위원회이지만 풍향계측기 설치를 위한 점용·사용 허가 주체는 12해리 이내 영해의 경우 기초지방자치단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경우 해양수산부로 이원화돼 있다.

해상풍력 관리 행정을 시급히 일원화하는 한편 체계화도 서둘러야 한다. 해외 주요국처럼 사업이 가능한 수역을 미리 정해 놓고, 그런 곳에만 발전사업 허가를 내주는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 이를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지자체 등의 반발에 막혀 처리되지 못했다. 22대 국회에도 유사 법안이 발의됐으나 심의가 지연되고 있다. 여야는 더 늦기 전에 법안 처리를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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