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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트는 지난해 9월부터 독특한 조건을 내걸고 해당 연작을 한 점에 2000달러(약 261만원)에 판매해 왔다. 조건은 실물 작품과 그에 대응하는 대체불가토큰(NFT) 가운데 하나만 소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물 작품은 다채로운 색깔의 점 수백 개가 찍힌 A4용지다. 지폐와 같은 방식으로 각 종이에는 홀로그램과 허스트의 서명이 포함돼 있으며 일련번호에 해당하는 문구도 적혀 있다.
구매자 4751명은 실물 작품을 구매했으며 나머지 5249명은 NFT를 선택했다. 남은 실물 작품들은 영국 뉴포트에 있는 허스트의 개인 갤러리에서 오는 9월부터 매일 소각될 예정이다. 허스트는 이 과정을 또 다른 행위 예술로 규정하고 화폐라는 작품명을 붙였다. 그는 “화폐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프로젝트다”라며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화폐이자 부의 저장고가 됐다”고 설명했다.
허스트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자극적인 작품 소재로 자주 논란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죽음’을 주제로 말과 양, 상어 등의 동물 사체를 통째로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넣어 전시한 작품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는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2020 선데이타임스 부호 리스트’에 따르면 그의 총 자산은 1억5000만달러(약 1962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