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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2013년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개정으로 부당특약 금지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자에 대하여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게 부여함으로써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도급법 제3조의4 제1항은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부당한 특약으로 하고 이를 설정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규정한다. 또한 동조 제2항에서는 △서면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을 요구함에 따라 발생된 비용 부담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민원처리, 산업재해 관련 비용 전가 △입찰내역에 없는 사항 요구로 인한 비용 부담 등을 부당특약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원사업자가 부당특약을 설정하더라도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등 공적 제재만 받을 뿐 계약서상 해당 특약 조항 자체는 민사상 유효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수급사업자보호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즉, 부당특약으로 원사업자가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더라도 수급사업자는 해당 부당특약을 이행할 계약상 책임을 여전히 부담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당한 특약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 받으려면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를 상대로 민사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손해발생 사실 및 손해 금액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2025년 법 개정: 부당특약의 사법상 무효화
2025년 3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하도급법 개정안은 부당특약의 사법상 효력을 명시적으로 무효화했다. 개정법 제3조의4 제3항은 “제2항 제1호부터 제3호에 따른 부당한 특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하고, 같은 항 제4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개정은 부당특약의 사법상 효력을 명확히 ‘무효’로 선언한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는 부당특약을 계약에 넣더라도 그 조항 자체가 법적으로는 효력이 없게 되며, 무효인 특약을 근거로 원사업자가 이행을 요구하는 일도 불가능해진다.
구체적으로 보면, 개정법은 부당특약을 두 종류로 나누어 다룬다. 첫째, 앞서 언급한 ‘계약서에 없는 추가 비용 부담’과 ‘원사업자 부담 비용의 전가’ 그리고 ‘입찰 내역에 없는 추가 비용 부담’과 같이 수급사업자에게 중대한 금전적 피해를 주는 특약은 곧바로 무효로 한다. 두번째, 그 외에 하도급법 시행령 및 고시에서 금지하는 부당특약 유형(예를 들면, 정당한 사유 없는 유보금 약정, 과도한 기술자료 강요 등)은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무효로 한다.
무효화 규정의 의의와 실무상 파급효과
무효화 규정의 가장 큰 의의는 예방 효과이다. 부당특약의 사법상 효력을 무력화하므로 원사업자가 하도급 거래 최초 계약 시 또는 거래 중간에 부당특약을 설정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무효화 규정은 하도급 계약 전체가 아닌 해당 부당특약 조항만을 무효화시킴으로써, 수급사업자로 하여금 하도급 거래관계를 지속하면서도 부당한 계약조건에 대해서는 쉽게 구제받도록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급사업자는 부당특약으로 인한 피해구제를 위하여,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증 부담이 덜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활용할 수 있게 되어 비교적 쉽고 신속하게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전망과 유의사항
부당특약 무효화 규정 도입으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보다 대등한 입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에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계약서에 쓰여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금지된 부당특약은 애초에 없는 것과 같다’는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하도급 거래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검토할 때 계약 내용이 부당특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개정된 기준에 맞추어 더욱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겠다.
■박신애 변호사 △서울대 법학부 △사법연수원 38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크로스앵글 법무팀장 △(현)인하대 공학대학원 미래융합기술학과 겸임교수 △(현)법무법인 디엘지 파트너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