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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1조’는 눈앞의 숫자가 됐다. 지난해 한국 미술시장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4일 발표한 ‘2022 미술시장 규모 추산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미술시장에서 거래한 미술품 유통액은 1조 377억원을 찍었다. 2021년 결산액인 7563억원에 비해 37.2% 늘어난 수치다.
‘1조원 달성’을 만든 동력은, 미술시장을 구성하는 주요 세 가지 분야 중 아트페어와 화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를 통한 판매액은 되레 감소했다.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인 분야는 아트페어다. 3020억원으로 추산해 2021년 1889억원 대비 59.8%가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9월에 열린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의 영향력이 이끌어낸 성장세로 보인다. 아트페어가 대중화·활성화되면서 ‘키아프·프리즈’는 물론 크고 작은 아트페어에 참여한 방문객은 87만 5000명에 달했다. 2021년 77만 4000명에 비해 13.1% 증가한 수치다. 다만 문체부는 ‘프리즈 서울’은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아 이번 추산 통계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화랑의 매출액 역시 크게 늘어 5022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2021년 3142억원 대비 59.8% 성장세다.
하지만 경매를 통한 미술품 거래액은 오히려 감소세를 기록했다. 2335억원으로 집계해 2021년 써낸 3384억원에 비해 30.9%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이 현상을 두고 “올해 하반기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날 발표한 ‘미술시장 추산 결과’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미술시장의 주요 유통경로인 경매와 아트페어의 매출액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화랑의 매출액을 예측한 것이다. 문체부는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미술시장 실태조사를 통해 유통처 간 중복 매출액, 이번 결산에 포함되지 않은 매출액 등을 파악해 결과를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과를 반영해 미술정책 관련 내용에도 손을 댈 것임을 내비쳤다. “매출액 성장세가 높고 구매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 미술 향유 기회를 함께 제공하는 국내 아트페어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강화할 것”이라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법·제도 기반이 부족해 정책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술시장을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미술진흥법’이 조속히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도 전했다.
다만 ‘역대 최초 1조원 돌파’는 추정치로, 이후 확정액을 집계한 통계에서 액수가 수정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