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이 조치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매각의 당위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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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호텔까지 급하게 매각 우려
15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이번에 매각하려는 유동화 대상에는 유휴 빌딩과 토지뿐만 아니라, 신라스테이 역삼, 강남구 신사동 소재 안다즈 서울 강남, 송파구 신천동의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노보텔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서울 중구의 르메르디앙 명동, 목시 명동 등 호텔들이 포함돼 있다. 이들 호텔은 KT와 KT에스테이트가 보유한 자산이다.
KT에스테이트는 부동산 사업을 주도하며 KT 전체 영업이익의 10%를 상회하는 수익을 창출해왔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KT에스테이트의 호텔 부문 매출은 2020년 297억원에서 2021년 497억원, 2022년 1279억원, 2023년 1836억원으로 증가했으며, 2024년에는 호텔 부문 매출이 20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KT 호텔의 투자수익률은 약 4~5%로 평가되며, 자산 운용 성과를 보여주는 KT 호텔의 운영수익률은 25~3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호텔 운영수익률은 호텔 매출에서 운영비용을 제외한 수치로, 투자 규모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의 전반적인 상태를 완전히 드러낸다고 보긴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각은 현금 흐름이 없는 유휴 부동산, 예를 들어 물류기지 등을 매각하는 것이지만, 호텔 매각은 확정된 현금 흐름을 팔고, 확정되지 않은 현금 흐름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휴 부동산 매각과 다르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부동산 매각은 시간을 두고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현재 매우 급하게 처리되는 분위기여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NTT그룹도 호텔 투자…KT 호텔이 기대 수익 높아
KT가 2조 원 규모의 호텔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는 인공지능(AI) 회사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KT는 2028년까지 연결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 9~10% 달성을 목표로 AI 기업으로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자금 확보 방안으로 비핵심 자산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통해 향후 5년간 2.4조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하며,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수익성 높은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NTT도코모를 보유한 NTT그룹은 KT에스테이트 같은 부동산개발 자회사 NTT 도시개발을 설립해 2024년 현재 5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또, 파티나 오사카(Patina Osaka), 카펠라 교토(Capella Kyoto), 하얏트 센트릭 삿포로(Hyatt Centric Sapporo) 등 3개 호텔을 개발 중이다.
한국의 K콘텐츠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KT 소유 호텔들의 평균 일일 객실 요금(ADR)이 일본보다 약 40% 낮아 향후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KT 호텔 인수자는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호텔 사업 개발 기획서에 4~5년 차 엑시트(exit) 계획이 있다고 해서 매각하려는 것인데, 이는 이사회 심의에서 사업성 평가를 위한 근거로 제시되는 것일 뿐, 실제로는 가장 수익이 좋을 때 매각해야 한다”면서 “현재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호텔의 수익성은 더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T는 2~3년 전 호텔 일부 매각을 검토했으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계속 보유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신중히 결정하지 않으면 이사회 배임 우려
KT 호텔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ADR을 바탕으로 큰 업사이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KT가 이러한 자산을 당장 매각할 경우 저가 매각 논란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 매각 시점에 따라 배임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한, KT 호텔은 국가 자산인 전화국 부지가 민영화되며 KT의 자산으로 편입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고, 30여 년 전부터 인력구조 조정과 시설 재배치 등 혁신적인 효율화 노력의 결과를 바탕으로 10년 가까이 개발한 자산을 쉽게 매각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더불어 장기 투자자들은 배당 증가를 이유로 KT 호텔 사업을 선호해 왔기에, 매각이 장기 투자자들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호텔을 먼저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매각 재원을 투자할 신사업, 예를 들어 AI 사업 등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위한 비용을 먼저 명확히 설명하고, 그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를 우선 밝혀야 한다”면서 “KT와 같은 통신기업에서 급격한 변화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안정적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건실한 성장을 추구하고, 주주들에게 안정적인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방송통신수석전문위원 출신인 안정상 중앙대 겸임교수는 “임기가 정해져 있는 CEO가 큰 사업을 추진하려면, 해당 사업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 다음 CEO로 교체되더라도 사업이 지속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투입된 자산은 매몰비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호텔 매각 시도는 결국 재무제표상 비용 감축을 통해 수익 증가를 가시적으로 보여 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시도는 KT 경영에 해를 끼치는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KT는 최근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밸류업 프로그램)의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비핵심 자산 유동화를 포함한 다양한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현재 매각 여부와 대상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종합적인 검토 후 내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