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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 한국관광협회중앙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관광 정책의 목표와 방향이 새로운 수요 창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용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이미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 시설과 서비스 투자를 늘리는 정책 기조로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신(新) 수요를 만들기 어렵다고 이 회장의 설명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도 서울 등 수도권으로만 수요가 몰리고 지역으로 흩뿌려지지 않는 것도 수요를 좇는 정책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관광을 ‘굴뚝 없는 산업’, ‘국가의 미래 먹거리’라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정책 비중은 작고 우선순위에서도 한참 밀려나 있다”고 지적한 뒤 “범국가 차원에서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과 활용 방안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재 지역에 선제 투자해야 지방관광활성화 가능”
이 회장은 지난 1월 선거를 통해 한국관광협회중앙회 29대 회장에 취임했다. 1963년 대한관광협회로 출범한 한국관광협회중앙회는 전국 17개 시·도 관광협회와 카지노, 호텔업 등 11개 업종별 협회가 회원으로 가입된 관광 분야 국내 최대 민간 단체다.
20대 중반이던 1998년 충북 청주 기반의 여행사 아일항공여행사를 설립한 이래 30여 년간 여행업에 투신해 온 이 회장은 지역 업계 종사자들을 ‘독립 운동가’에 비유했다. 열악한 대내외 여건과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상황에서 생계를 넘어 존폐 위기에 놓인 지역 관광의 마지막 불씨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취임 이후 여섯 달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 업계를 만났다는 그는 “미증유의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12·3 비상계엄, 무안공항 참사, 경북 지역 대형 산불 등 연이은 대내외 사건, 사고로 지역 관광·여행업계가 입은 피해와 타격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회장은 새로 출범한 국민주권 정부에 필요한 ‘1순위’ 관광 정책으로 ‘선제적인 투자’를 꼽았다. 관광객이 이미 몰리는 곳이 아닌 당장 수요는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곳에 선제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 어느 정도 효과가 예상되는 곳에 예산 등 자원을 투입해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것도 방법이지만, 더 큰 성과를 내려면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매력적인 콘텐츠와 관광 자원을 지닌 지방 도시들이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도 턱없이 부족한 기본 인프라로 이들이 머물지 않고 그저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박람회, 동계 올림픽 등 계기가 있기는 했지만 여수, 강릉은 정부·지자체 등 공공 주도의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와 공급을 통해 체류형 관광지로 자리를 잡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며 “기존 수요 확대가 아닌 창출로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정책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광, 국가 성장 동력 관광…시스템 선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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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정부·지자체 재정의 국비와 지방비 연동 매커니즘을 고려할 때 중앙 정부 예산이 늘어날 경우 지자체 예산도 늘어나는 ‘동반 상승효과’도 기대했다. 그는 “관광산업의 GDP(국내총생산) 기여도가 세계 평균인 약 10%의 절반 아래인 4.3%에 머무는 것도 결국 턱없이 부족한 관광 재정이 원인 중 하나”라며 “관광진흥개발기금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출국자납부금은 예전 수준으로 복원하고 전체 관광 재정의 기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반회계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범정부 차원의 관광에 대한 인식 전환과 동시에 ‘통합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로 정책의사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관계 부처를 아우르는 강력한 통합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과거 대통령이 주재하던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총리 주재로 격하되고, 문화체육관광부 내 관광 조직이 축소된 것도 관광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부족이 낳은 결과라고 짚었다. 최근 업계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 역시 현 관광 거버넌스의 구조적 한계 때문으로 봤다.
이 회장은 “관광은 정부 정책의 첫 번째 목표인 ‘국민행복 실현’ 그리고 최대 사회 현안인 ‘지방소멸위기’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한 산업”이라며 “관광산업이 지닌 효능과 가치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관광에 대한 인식 전환을 비롯해 실효성 있는 정책 발굴과 실행을 위한 범정부 통합 거버넌스 등 전반적인 시스템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수 한국관광협회중앙회장은
△1971년 청주 출생 △충청대학교 관광과 졸업 △㈜아일항공 여행사 대표이사(현) △충청북도관광협회 회장(현) △충북문화재단 이사(현) △한국로타리 장학문화재단 이사(현) △PATA 한국지부 회장(현) △한국관광장학재단 이사장(현)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부위원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