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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보름여가 지난 현재까지 한국거래소에 신규 상장을 위한 상장예심청구서를 제출한 기업은 삼양컴텍(14일) 한 곳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싸이닉솔루션, 그래피, 숨비, 엔알비, 노베티노빌리티 등 5개 기업이 청구서를 접수한 것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반면 이달 아예 심사 단계에서 철회를 결정한 기업은 에이모, 영광와이케이엠씨, 앰틱스바이오, 디비금융제14호스팩 등 4곳이나 된다. 올 1월과 지난해 12월에는 한 곳의 심사철회도 없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아직도 30여개사가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대기하고 있는 만큼 이후로도 철회 기업은 더 늘어 수 있다. 특히 최근 기업들의 상장 철회는 대어급 기업이 몸값을 원하는 만큼 인정받지 못해 공모단계에서 상장을 미루는 것이 아닌, 공모 절차에 들어가기 이전인 심사 단계부터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녹록지 않은 IPO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공모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올해 신규 상장(스팩 및 스팩합병 제외) 기업 11개 종목 중 3곳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상장에 도전하는 기업들도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공모주 대어로 주목받던 LG씨엔에스(064400)마저 상장 당일 공모가를 수성하지 못하고 현재까지도(14일 종가 기준) 공모가를 11%가량 하회하는 수준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공모 시장 분위기 개선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실망을 키웠다.
나 연구원은 “연초부터 새해 IPO 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현재까지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면서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반복되는 추세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한 기업이 상장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의 자금 조달 방안을 다양화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양엔씨켐·피아이이, 공모가 밑돌다 상승세 전환
공모주 부진에 벤처투자시장 분위기도 가라앉고 있다. 벤처캐피탈(VC)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공모 기업들이 상장 당일을 비롯해 이후에도 수익률 부진 흐름을 이어가면서 엑시트(Exit)를 못하고 묶여있는 VC 자금이 증가하고, 새로 투자를 일으키는 펀드레이징 자체도 급감하고 있다”며 “당장 현금화가 급하지 않은 VC는 제 몸값을 받을 때까지 상장을 미루면서 자금이 경색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상장을 추진 중인 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상장준비 과정에서 공모가 할인율 폭을 키웠는데, 시리즈 C나 D 등 후반기에 들어온 투자자들의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며 “그래도 당장 상장을 하지 않으면 엑시트가 더 늦어지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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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비전검사 솔루션 전문기업 피아이이(452450)도 상장 첫날 공모가(5000원)를 밑돌았지만 고객사의 유리기판 독자 생산 과정에 검사 솔루션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에 7일과 10일 각각 상한가를 쓰며 공모가 대비 88% 올랐다.
지난해 상장한 피앤에스미캐닉스(7월), 씨메스(10월), 엠엔씨솔루션(12월) 등도 모두 상장 이후 2024년 연말까지 공모가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강세 보이면서 연초 대비 수익률은 공모가를 상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