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있는 저장공대의 미래기술연구원 위빈 원장은 4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실패를 두려워해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항저우는 최근 량원평이 설립한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가 위치한 지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량원평의 모교인 저장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래기술연구원은 저장공대 안에 설립한 연구소로, 위빈 원장은 이 곳에서 국가 과학기술 프로젝트와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위 원장 역시 저장대를 졸업한 량원평의 동문이며 연구원이 소속된 저장공대는 저장성에서 저장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학교 순위를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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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특성상 중국 첨단 기술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전망을 기대하며 질문을 건넸지만 위 원장의 대답은 의외로 냉정했다. “AI 같은 분야는 비교적 성공률이 높은 편이지만 최근 몇 년간 기회를 잡아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은 한두 곳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정부의 초장기 국채 사업인 ‘청정 저탄소 통합 에너지 시스템 핵심기술 개발·응용’을 수행하고 반년 동안 1200만위안(약 24억원) 이상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이끄는 등 과학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위 원장은 첨단 기술의 성장 가능성만큼 실패를 염두에 둘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항저우를 필두로 중국 공학도 사이에서 불고 있는 창업 열풍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위 원장은 “청년 창업을 위한 정부와 학교의 지원, 중국의 기술 발전 영향으로 창업이 늘고 있지만 사실 대학생 창업의 99%는 실패하고 만다”며 “이렇게 되면 막대한 사회 자원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위 원장의 주장은 역설적이다. 그는 “기술 혁신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실수를 용인하고 실패자를 허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며 “많은 스타트업 중 대기업으로 발전하는 것은 5% 이하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러기 위해선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준비가 있어야만 결국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학생 창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무작정 창업보다는 경험을 먼저 쌓을 것을 제안했다. 위 원장은 “대학생들이 가장 잘하는 방법은 졸업 후 과학기술 혁신 기업에 가서 몇 년 동안 일하고 경험을 쌓는 것”이라며 “그런 다음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혁신을 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위 원장은 AI를 제외하고 앞으로 유망한 산업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지금은 AI와 (별도로 구분할) 산업이 없다”며 “사양 산업 또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과학기술 혁신의 모든 산업 규모는 전세계 총생산의 7% 미만이고 나머지 93%는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산업이 차지한다”며 “전통 산업은 놓쳐서도 안되고 포기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첨단 기술 경쟁력이 크게 올라가면서 한국의 기술 선도 위치도 위태로워지고 있다. 위 원장은 한국의 기술 수준이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인정하면서도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번영하고 있지만 한국의 규칙과 규제는 매우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혁신이 규칙을 파괴하지 않으면 혁신을 할 수 없다. 이전의 것을 파괴해야 혁신이 성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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