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 대통령은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게 중요한데, 그건 여러분의 몫”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것보다 가장 중요한 건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건데, 그건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 했습니다. 군이 잘 싸워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상대방이 우리의 힘을 두려워 해 아예 싸움을 걸게 하지 못하는 상태를 군에 요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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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전문성은 훌륭한 무기체계에 더해 교육훈련과 학습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군이 잘 싸우는 방법을 연구하고, 각종 수단을 동원해 동태를 살피고 분석하며 유사시에 대비하는 것, 그리고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훈련한 대로 대응하는 태세가 돼야 상대로 하여금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같은 ‘전쟁 억지력’이야말로 군대의 본질이라는 얘기입니다.
공동체의 평화라는 숭고한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군대는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평화를 위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의 본질적 의미도 군대의 궁극적 가치는 바로 평화에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전쟁을 하는 것은 군인들이지만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군통수권자와 관료 등 정치권입니다. 북한과의 현재의 휴전 상황을 끝내기 위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도 정권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상황 관리’ 보다는 적대와 대결의 상대로 대 북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면서 한미 동맹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대북제재 등으로 핵 개발을 단념시켜 북한이 대화로 나올 수밖에 없는 여건을 조성한다는게 핵심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미·일 군사적 협력이 가시화 됐지만 그 결과는 북·러 간 밀착의 가속화 였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동맹에 가까운 조약을 체결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대를 파병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군은 현대전을 학습하고, 러시아의 지원으로 전력 현대화도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평화 보다는 군사적 긴장감만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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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권의 ‘평화 정책’이 맞다 틀리다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군에 중요한 것은 군 작전의 효과성이나 대비태세가 분위기에 편승해 정치나 외교 논리에 따라 왜곡·훼손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문민 통제 환경에서 정책 결정은 말 그대로 ‘윗선’의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군은 치열한 토론과 민간 관료들에 대한 견제 등 일정부분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정책이 결정됐다면, 이를 수행하는 작전(Operation) 단계는 군의 책임입니다. 전장에서 부하들이 죽지 않도록 잘싸워 이기는 방법을 강구하고, 억지력 강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