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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위원장 체포를 둘러싼 논란은 연휴를 앞둔 지난 2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경찰은 이날 이 전 위원장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택 인근에서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등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4월 30일 이 전 위원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정치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그를 경찰에 고발한 바 있습니다. 이 전 위원장이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해 발언한 “민주당이나 좌파 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다”, “방통위 기능 정지는 민주당 탓이다”는 등의 내용이 정치적 중립에 반한다는 겁니다.
이같은 발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현행법은 국가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선거운동·정치 단체 관여·정당 가입 등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공무원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지금은 이름·역할이 다소 바뀌었지만, 이 전 위원장이 수행했던 직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위원장 역시도 장관급 정무직 공무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같은 의무를 지켜야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경찰은 그의 발언이 임명된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입니다. 앞서 감사원 역시 지난 7월 이 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운동의 금지) 제4항, 국가공무원법 제63조(품위 유지의 의무) 등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주의 조치한 바 있습니다.
공무원의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6개월? vs 10년?’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신병을 확보하는 ‘체포’까지 해야 했느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맞섭니다. 경찰에 체포되면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조사를 받게되는데요. 48시간 내로 석방되거나 검찰·법원 등에 구속 영장 청구 절차를 밟아 더 긴 시간 구속될 수도 있습니다. 체포의 적법성을 따지기 위해 법원에서 체포적부심사를 받아볼 수도 있습니다.
경찰은 이 전 위원장에 대한 체포 이유로 출석 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지난 8월 12일부터 9월 19일까지 6차례나 서면을 통해 출석을 요구했는데, 이 위원장은 단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위원장 측은 요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마지막 출석일자로 조율한 27일은 국회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참석 탓에 불가피하게 조사를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이 전 위원장 측은 “9월 27일에 조사를 받겠다고 합의했는데, 9·12일 두차례 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며 27일에 출석하지 않아야 추가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것이 맞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조사에 응하지 않은 게 체포할 만큼의 문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범죄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탓입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이 전 위원장의 불출석으로 경찰의 수사는 지연되게 됐습니다. 범죄 행위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공소시효가 존재하는데요. 선거법 위반의 경우 6개월이거나 10년으로 꽤 극단적으로 나뉩니다. ‘직무 관련성 여부’ 때문인데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직위를 이용해 선거법을 위반하면 공소시효는 10년에 해당합니다. 다만 직무나 직위를 이용하지 않고 선거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6개월에 해당합니다.
이를 두고 경찰 측은 직무를 이용했는지 여부를 따지기 위해 6개월 이내 조사가 반드시 필요했다는 입장입니다. 경찰관계자는 “공무원의 선거관여금지 등의 혐의(공소시효 10년)로 수사하던 중 일반적인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이 지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일반선거 운동위반으로도 공소제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단 이 위원장을 체포해 조사해야 직무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는 주장인 겁니다. 반면 이 위원장 측은 공소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급하게 체포까지 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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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이 전 위원장 측은 곧바로 법원에 체포 적법성을 판단해달라고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어느 한 쪽의 편을 완전히 들어주진 않았습니다.
김동현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헌법상 핵심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한 인신 구금은 신중해야 한다”며 이 전 위원장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이 없어 추가 조사 필요성이 크지 않고 향후 이 위원장 측이 성실한 출석을 약속하고 있다는 점 등도 고려됐습니다. 법원 결정으로 그는 50시간만에 석방됐습니다.
그러면서도 김 판사는 경찰의 체포 자체는 정당하고 봤습니다. 그는 “변호인이 제기하는 일부 의문점에 충분한 경청의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포의 적법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소시효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경찰이 이 위원장을 신속히 소환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위반 피의사실에 대한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어 수사기관으로서는 피의자를 신속히 소환조사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피의자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적시했습니다. 유선·팩스로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다는 점을 들어 이 위원장 측이 출석 요구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부연했습니다.
결정은 양측에 해석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경찰은 ‘체포 필요성 자체를 인정했다’고, 이 전 위원장 측은 ‘무리한 체포였다’는 식으로 주장 중입니다.
‘연휴 끝’ 3차 조사 이뤄질까…1일 방미통위 출범
경찰은 이 전 위원장을 체포한 2일과 다음 날까지 총 두 차례, 6시간에 걸쳐 그를 조사했습니다. 당초 지난 4일 오전 3차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 전 위원장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아 무산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추석 연휴가 끝난 만큼 경찰은 다시 조사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지난 1일부터 방통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새로 출범했습니다. 원래 이 전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였지만, 새 법의 부칙에 따라 면직됐습니다. 방통위 소속 공무원은 방미통위 공무원으로 승계되지만, 정무직은 제외되는 부칙 탓에 이 전 위원장은 자동 면직된 겁니다. 아울러 새로운 방미통위 수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되고, 위원장이 헌법·법률을 위반할 경우 국회 탄핵소추도 받게 되는 등 기능 변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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