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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韓 부동산 사업자들…외국계 자본에 밀려난다

지영의 기자I 2025.02.18 07:23:00

[흔들리는 韓 부동산, 기회 노리는 외국계]①
부동산 PF 시장 혼란 지속
국내 디벨로퍼는 줄폐업 추세
틈새 노린 외국계 자본, 우량 사업 골라담기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최근 수년간 지속된 국내 부동산 투자시장 혼란 속에 외국계 자본이 데이터센터와 물류센터, 오피스·임대 자산 등의 지분·개발권을 쓸어가면서 핵심 부동산 파이를 잠식해나가고 있다. 국내 시장 사업자들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제 강화 속에 부실건들을 정리·재편하는 데에만 기력을 쏟고 있는 가운데 외국계 자산운용사(GP)와 개발사업자 등에게 선수를 뺏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워버그핑크스는 양주에 5만평 규모로 건설이 진행 중인 물류 센터에 900억원의 자금을 대 소유 지분을 확보했다. 3만평 규모로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안성 상온물류센터에도 지분투자금을 댔다. 워버그핑크스는 지난 2017년 싱가포르계 부동산자산운용사인 ARA를 인수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 외연을 넓히기 시작한 운용사다. 최근 한국 시장 틈새 곳곳을 파고들어 여러 딜을 확보해나가는 분위기다.

워버그핑크스 외에도 외국계인 그래비티자산운용이 부천 내동 물류센터를 약 3000억원에 매입하고, 켄달스퀘어를 포함한 외국계 지분투자사 2곳이 착공이 긴행 중인 일죽 물류센터 지분을 확보했다.

한 건설사 재무팀장은 “최근 국내에서 사업성이 있고, 인허가가 나서 정상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물류센터 건은 대부분 외국계에서 지분을 20~30% 넘게 가져가거나, 개발에 깊숙히 관여하는 건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디지털 리얼티의 ICN10 데이터센터.(사진=연합뉴스)
외국계 투자사, 개발사의 국내 부동산 시장 약진이 엿보이는 분야는 비단 물류센터만이 아니다. 부지 선정 및 인허가 시간 소요 문제로 설립이 쉽지 않은 데이터센터를 외국계에서 개발·운영을 가져가는 사례가 적지 않은 분위기다. 영국계 부동산 전문 사모운용사 액티스가 경기도 안산·서울 영등포에 개발 중인 데이터센터에 지분을 확보했고, 켄달스퀘어와 퍼시픽 등이 부평과 용인 등의 부지에 데이터센터 개발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밖에 외국계 투자사들이 국내 임대주택 시장을 파고드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디벨로퍼 하인즈는 서울 신촌 일대 핵심 건물을 매입해 임대 주택 사업을 진행 중이고, 미국 사모 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도 지난해 홍콩계 업체 ‘위브리빙’과 함께 합작 법인을 설립. 영등포구 선유도역 인근 호텔을 인수해 주거시설로 바꾼 뒤 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한 부동산 전문 사모운용사 대표는 “국내 임대주택 시장은 그간 전세가 더 많아서 외국계에서 보기에 배당형 구조로 지분투자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월세 가구가 늘면서 수익구조가 달라지니 슬슬 지분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외국계 개발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활발히 사업을 펴는 가운데 국내 개발사들은 부침을 겪다 폐업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시행사를 포함한 종합건설업체의 폐업 신고건수는 지난 2022년 362건에서 2023년 581건, 지난해 641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종합건설업체 폐업 증가는 시행사와 전문건설업체의 폐업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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