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큰형님 사우디아라비아가 ‘AI 쩐의 전쟁’에 참전했다. ‘글로벌 AI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사우디가 AI 분야에 대규모 자금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딥시크가 불러온 파동으로 전 세계가 AI 투자에 더욱 관심을 쏟게 된 가운데 사우디 정부의 행보에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올해 초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AI 관련 분야에 투자금 쏠릴 것이라 예측했다. 사우디의 이번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예상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우디와 함께 글로벌 AI 허브 지위를 두고 경쟁하는 아랍에미리트(UAE)도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 양국 중 어떤 곳이 AI 산업에서 먼저 승기를 잡게 될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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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 대규모 투자에 대한 사우디의 대대적인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사우디는 국가 데이터·AI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200억달러(약 29조 354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자금을 투입해 2만명 이상의 AI 전문가를 양성하고, 3만개 이상의 AI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 주도의 투자와 프로젝트를 통해 사우디는 디지털 미래를 선도하는 글로벌 국가로 도약하고자 한다. 이번 리프 2025 행사에서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이를 위해 구글, 퀄컴, 알리바바 클라우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세일즈포스, 텐센트 클라우드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고 밝혔다. 예컨대 구글과는 AI 인프라에 투자하고, 퀄컴은 사우디의 아랍어 거대언어모델(LLM)인 올람(ALLaM)을 자사 AI 클라우드에 도입하는 등 협력하는 식이다.
리프 2025 행사는 국내에서도 화제였다. 사우디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프로젝트 수주를 맡은 국내 기업들이 손을 잡기로 발표해서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네이버클라우드는 아랍어 기반 거대 언어모델(LLM) 사업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한 사우디 공공·민간 부문 파트너사와 잠재 고객 발굴에 함께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경쟁국 UAE의 공세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UAE 역시 각종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대규모 자금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UAE는 2031년까지 AI 분야 세계 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국가 AI 전략을 내놓으면서 국영 AI·반도체 전문 투자사 MGX를 설립했다. 최근 우리나라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와 아부다비 정부역량강화부가 공공서비스 AI 분야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양국이 특히 AI 인프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데이터 센터를 뒷받침하는 에너지 테크 등 각종 영역으로의 투자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라며 “글로벌 테크 기업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으니 이들에 대한 현지 투자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