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은 하나인데 트로피는 6개…외면 받는 연말 시상식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SBS 연기대상’과 ‘KBS 연예대상’이 21일, 2024년 연말 시상식의 포문을 연 가운데 과한 쪼개기 시상으로 재미를 반감시켰다.

(사진=SBS, KBS)

연말 시상식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출연자, 제작진 등 각자의 노력을 돌아보고 성과를 축하하는 자리다. 한 해 동안 인기를 얻은 콘텐츠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매년 과도한 상 쪼개기, 상 나누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SBS는 드라마 ‘재벌X형사’, ‘7인의 부활’, ‘커넥션’, ‘굿파트너’, ‘지옥에서 온 판사’, ‘열혈사제2’까지 금토극 6편을 선보이며 다채로운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찾았다. 김순옥 작가의 ‘7인의 부활’을 제외한 모든 드라마가 시청률 10%를 넘어서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쪼개기’ 시상으로 공정성과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SBS는 조연상, 우수상, 최우수상을 각각 ‘시즌제’, ‘휴먼·판타지’, ‘장르·액션’ 등 세 가지 부문으로 나누고, 이를 남자·여자로 나눠 총 6개의 상으로 분리했다. 하나의 상에 최소 6명의 배우 이름이 호명되는 셈이다.

대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들 중 불참자인 ‘7인의 부활’ 황정음과 ‘커넥션’ 지성을 제외하고 모든 배우들이 대상 호명에 앞서 줄줄이 상을 받았다. ‘재벌X형사’의 안보현과 ‘열혈사제2’의 김남길은 최우수 연기상을, ‘지옥에서 온 판사’의 박신혜는 디렉터즈 어워드를 수상했다.

신인상 역시 후보 10명 중 절반인 5명이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신인상 후보에 오른 7명 전원이 상을 받았다. 당시 MC 신동엽은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며 “이런 해는 처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KBS 연예대상은 신인상, 우수상, 최우수상 등을 ‘리얼리티’와 ‘쇼&버라이어티’ 부문으로 나눠 시상했다. 또한 베스트 아이콘상, 베스트 아이디어상, 베스트 엔터테이너상, 베스트 챌린지상, 베스트 팀워크상, 베스트 프로듀서상 등 여러 부문으로 쪼갰다.

다양한 부문을 나눠 시상함으로써 시청자들의 흥미를 높이고 주목 받지 못했던 분야나 작품, 출연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많은 분야로 상 쪼개기를 하다 보면 시상식의 공신력이 떨어지고 상에 대한 가치 역시 희석된다는 평이다.

상이 ‘남발’ 돼 재미가 없다는 시청자 반응도 이어졌다. 일부 시청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무슨 상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시상식이 재미가 없다”, “불참하면 무관이고 참석하면 다 주는 거냐”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SBS 연기대상과 KBS 연예대상의 시청률은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SBS 연기대상은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3.9%를 기록했다. 올해는 3.2%로 하락했다. KBS 연예대상 역시 지난해 5.2%에서 올해 4.6%를 기록했다.

과거 시청률이 10% 이상 나오던 연말 시상식은 점점 대중의 외면을 받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말 시상식이 다시 시청자들의 관심과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시청률이 낮더라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독려하고 응원할 수 있는 시상식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