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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교섭 나오라”는 민주노총…대통령도 사용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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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I 2026.03.17 15:47:24

민주노총 "정책·예산따라 공공기관 노동조건 좌우..정부가 원청 사용자"
노란봉투법 시행, 공기업 자회사·위탁 노동자 교섭 요구 봇물
노동부 "법과 국회서 정한 예산대로 집행..사용자로 보기 어려워"
지자체 위탁·공기업 자회사·콜센터 등 간접고용서 격론 예고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모여 구호를 외쳤다.

“일방통행 거부한다, 공공부문 노정교섭 실시하라”, “대통령이 약속했다, 공공성을 강화하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가 개최한 ‘공공부문 노정교섭 실현을 위한 투쟁결의대회’다. 이날 참가자들은 노정 교섭을 제도화하라고 요구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인근에서 연 ‘공공부문 노정교섭 실현을 위한 양대노총 공공부문노동조합 투쟁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노동계는 공공기관 임금과 인력, 조직 운영 등 핵심 노동조건이 정부 정책과 예산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라며 “정부가 실질적 사용자인 만큼 교섭 테이블에 직접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일명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공공부문에서도 ‘원청 사용자 책임’을 둘러싼 논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청·자회사 노동자들이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특히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과 집회에서 “공공부문 노동조건은 정부 정책과 예산에 의해 결정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교섭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공공기관 자회사와 위탁 사업 구조 역시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진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사용자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 시행…공기업 자회사·위탁 노동자 교섭 요구 봇물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력’을 갖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민간은 물론 공공부문에서도 원청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공기업 자회사 노동자들은 모회사에 직접 교섭을 요구했고, 지방자치단체 위탁 사업 노동자들도 지자체가 교섭 상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로 외부업체에 위탁해 운영하는 공공기관 콜센터나 시설관리 용역 노동자들 역시 원청인 기관이 근로조건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며 교섭 요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에만 하청 노조 407곳(조합원 약 8만1600명)이 원청 사업장 221곳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며 이 가운데 공공부문 원청이 78곳에 달한다.

지방 공공기관에서는 경기신용보증재단 노동조합이 경기도를 상대로 직접 교섭을 요구했고, 서울교통공사·한국철도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기업 역시 자회사나 위탁 노동자들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았다.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공공기관과 지자체들은 법에 따라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이후 사용자성 여부를 검토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교섭 요구 공고는 법상 의무 절차인 만큼 이를 먼저 진행한 뒤, 실제 교섭에 나설지 여부는 사용자성에 대한 법률 검토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서 정한 예산내 집행…“정부 사용자로 보기 어려워”

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마련한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에서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근로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을 하는 경우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 여기서 근로조건에는 임금 수준과 노동시간, 인력 규모, 업무 방식, 안전·보건 기준 등 노동자의 근로 환경 전반이 포함된다.

다만 공공부문에서는 법령이나 조례로 정해진 기준,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예산의 집행,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산하기관에 대해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지도·감독 등 공공행정의 특수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법률이나 국회에서 심의·의결된 예산에 따라 공공기관의 인건비나 근로조건 관련 기준을 집행하는 경우, 이는 공공서비스의 내용과 수준을 결정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의 결과라는 점에서 개별 노사 간 단체교섭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예산을 편성·배분한 이후 산하 공공기관이 총액인건비 범위 내에서 인력과 임금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정부가 이에 관여하지 않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부는 사용자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정부나 공공기관이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재량권을 바탕으로 예산이나 정책을 통해 사업을 집행하면서 외부기관 노동자의 구체적인 근로조건 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정부나 공공기관이 근로조건 결정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사업 운영 주체가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사안별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부 지침의 핵심이다.

지자체 위탁·공기업 자회사·콜센터 등 간접고용서 격론 예고

그러나 이같은 지침에도 불구, 공공부문에서는 세 가지 영역이 노란봉투법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지자체 위탁 사업이다. 돌봄 서비스, 청소, 생활폐기물 처리 등은 대부분 지방정부의 예산과 정책에 의해 운영되는 구조다. 노동계는 지자체가 예산과 사업 운영 지침을 결정하는 만큼 실질적 사용자라고 주장한다. 반면 지자체는 계약상 고용 관계는 위탁기관이나 수행기관에 있기 때문에 직접 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는 공기업 자회사다. 공항·철도·시설관리 등 공기업이 자회사를 설립해 업무를 맡기는 구조에서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들은 업무 지침과 운영 기준이 모회사 정책에 의해 결정된다며 모회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와 한국철도공사 등도 자회사나 외주 노동자들로부터 원청 교섭 요구를 받았다. 노동자 측은 모회사가 실질적인 업무 지휘와 운영 기준을 정한다고 주장하지만, 공기업 측은 자회사가 법적으로 독립된 별도 법인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세 번째는 공공기관 콜센터 등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다. 공공기관 콜센터는 외주나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담 업무의 내용과 운영 기준, 업무 매뉴얼 등이 대부분 원청 기관의 정책과 결정에 의해 정해지는 구조다.

이처럼 공공서비스 현장에서는 간접 고용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의 사용자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확대·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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