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5000 돌파 이후 국내 증시가 업종 전반의 순환보다 핵심 업종 중심의 집중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때처럼 업종이 번갈아 오르는 흐름과 달리,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정부지출 등 구조적 자금 유입이 확인되는 분야로 매수세가 먼저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
최 센터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올해 국내 증시의 핵심 키워드로 ‘K자형 성장’과 ‘완화적 유동성 환경’을 제시했다. K자형 성장은 같은 시기에도 산업별 성장 속도가 갈리며 양극화가 심해지는 흐름이고, 완화적 유동성은 금리·정책 여건상 시중 자금이 위험자산으로 유입되기 쉬운 상태를 뜻한다.
그는 이 두 축이 맞물리면서 현재의 지수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봤다. 글로벌 K자형 성장 국면에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AI 인프라·정책 수혜 업종으로 자금이 먼저 유입되고, 이 쏠림이 지수 레벨을 끌어올린다는 분석이다. AI 관련 밸류에이션 부담이 거론돼도 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배경 역시 유동성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애초 올 상반기로 봤던 ‘코스피 5000 돌파 시점’이 앞당겨진 배경으로는 예상보다 강한 실적 개선을 꼽았다. 최 센터장은 “연간 전망 제시 이후 약 두 달 만에 포워드 코스피 EPS(주당순이익)가 큰 폭으로 상향됐다”며 “개선 방향보다 속도와 강도가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는 지수 상승을 단순 유동성 랠리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넘어선 현재 투자 전략에 대해선 반도체 최선호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다음 주도 축으로 ‘피지컬 AI’와 ‘전력기기’를 제시했다. 기대감 중심의 단기 테마보다 수출·수주와 장기 계약으로 실적이 확인되는 산업으로 자금이 몰릴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단기적으로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메모리 반도체가 AI 밸류체인 내에서 가장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는 구간에선 반도체가 가격 부담에도 가장 편한 선택지”라며 “이익 추정치의 가파른 상향 조정세가 이어진다면 주가가 내리지 않아도 밸류에이션이 저렴해지는 구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센터장은 피지컬 AI에 대해선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평가했다. 생성형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로봇·자동화·산업 설비 등 물리적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밸류체인 전반의 투자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전력기기 역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과 수주 가시성이 함께 확인되는 구간이라는 점에서 실적 연계형 모멘텀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11월 美 대선은 변수…“코스닥 시장 개편 필요”
최 센터장은 최근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의 금리 인하 전망이 보수화되며 시장 랠리가 다소 제약받고 있다고 봤다. 다만 고용 둔화와 물가 상승 압력 약화가 확인되면 이지머니 기대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경우 유동성이 일부 산업에 집중되는 현재 환경을 고려할 때, AI·국방 등 관련 산업에 강점이 있는 국내 증시 수급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 환경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고 짚었다. 과거 ‘원화 강세=외국인 순매수’라는 단선적 공식보다 최근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장 인식이 외국인 매매를 좌우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다만 반도체 업황 기대가 약화한 상태에서 원화 약세가 이어질 땐 외국인 매도세가 촉발될 수 있어 수급 측면에서 원화 강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진단도 내놨다. 최 센터장은 11월 미국 선거를 핵심 리스크로 지목하며, 정책 동력 약화할 경우 고밸류 업종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기대가 선반영된 섹터일수록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국면 전환기엔 방어주와 실적 확인 종목의 중요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등 중소형주 시장에 대해선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옥석 가리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정책 모멘텀만으로는 지속성이 제한적인 만큼 구조적 업황 개선과 이익 체력이 확인되는 기업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연기금 벤치마크에 코스닥 지수가 어느 비율로 반영될지 역시 단기 수급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센터장은 “코스닥이 중장기적 투자처로 자리매김하려면 정책적 안배와 구조적 업황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며 “성장을 증명한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고, 그렇지 못한 좀비 기업이 퇴출당하지 않은 채 누적되는 구조를 확실히 개편해야 중장기 자금이 남을 여지가 커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