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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토종 펀드”라며 “일각에서 우리를 외국계, 중국계 사모펀드라고 마타도어(근거없는 중상모략)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회장은 “MBK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자는 게 영풍과의 거래 배경”이라며 “1대 주주인 영풍과의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이번 공개매수는 적대적 M&A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이 속한 영풍그룹은 창업주인 장병희, 최기호 일가가 나눠 경영을 맡고 있다. 장씨 일가가 지주회사 영풍과 전자 계열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과 비철금속 계열을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최씨 일가 오너 3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계열 분리를 시도하자 지난 13일 장씨 일가의 영풍이 MBK와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이후 추석 연휴 기간 동안에도 MBK-영풍과 고려아연은 연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립각을 세웠다. MBK는 2대 주주(최씨 일가)와 최대주주(장씨 일가)의 지분 격차가 큰 상황에서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서는 게 적대적 M&A로 매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적대적·약탈적 M&A”라고 지적했다.
한편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정치권과 고려아연 노조, 소액주주들까지 나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영풍이 중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짜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며 “(MBK가) 최대주주가 되면 고려아연 경영권은 사실상 MBK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는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근간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노조도 이날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상경 시위를 열고 “국민의 삶을 좀먹고 국가 자산을 팔아 쳐먹는 매국 자본”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MBK파트너스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제고를 핑계 삼아 회사를 장악한 뒤 인력 감축, 투자 축소, 배당 이익 극대화, 외국자본에 매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