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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세 아버지, 실내 흡연할 수밖에"...'역지사지' 메모 논란

박지혜 기자I 2024.10.02 09:28:56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만큼 끊이지 않는 문제가 실내 흡연인데, 한 아파트 주민이 내건 메모를 두고 누리꾼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사진=온라인
최근 온라인에는 “안녕하세요. 97세 아버님을 모시고 사는 자식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메모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이 메모에는 “아버님이 거동이 불편하셔서 외출을 못 하시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실내에서 흡연할 수밖에 없어서 이웃에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내 부모님이라면 어떨까 하는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넓은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은 “내 부모라면 건강 생각해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겠다”, “금연을 하시면 될 텐데”, “역지사지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 것 같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 누리꾼은 ‘성탄절 비극’을 떠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5일 담뱃불로 29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사건 피의자 김모(78) 씨는 지난달 금고 5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아파트 3층에 거주하는 김 씨는 방에서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보며 담배를 피우다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고 방에서 나갔고, 꽁초에 남아 있던 불씨는 방에 있던 신문지, 쓰레기봉투 등에 옮겨붙으면서 아파트 동 전체로 번졌다.

김 씨는 불이 나 거실에 연기가 차기 시작하자 현관문과 방문을 열면서 공기가 유입돼 화재가 커졌는데도 아무런 조치 없이 거실 창문을 통해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그을음이 생겼다 (사진=뉴시스)
당시 화재로 생후 7개월 된 딸을 안고 뛰어내려 숨진 4층 거주자 박모(33) 씨와 최초로 화재를 신고하고 가족을 먼저 대피시킨 임모(38) 씨 등 2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다쳤다. 이후 치료를 받던 주민 1명이 지난 6월 숨지면서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유족은 “(김 씨가) 법정 최고형을 선고한 것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기는 하지만 (김 씨를) 용서할 수 없다.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 아들은 무슨 죄가 있나. 이 아픔을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김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김 씨가 ‘실화’가 아닌 ‘방화’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씨 측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완전히 껐으므로 담뱃불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9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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